경주 A축산농협이 유통기간 지난 냉장 소고기를 불법으로 판매했다는 의혹(매일신문 1월 14일 보도)과 관련, 감독 기관인 경주시가 이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A축협이 소고기를 불법 유통한 5년 간 경주시는 해당 축협에 한우브랜드 육성 등을 목적으로 26억여원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A축협의 소고기 불법 유통 의혹은 해당 축협에 계약직 직원으로 근무했던 B씨가 경주시에 민원을 제기하며 불거졌다. B씨는 A축협이 2021년 12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유통기한이 지난 냉장 소고기를 수차례 판매했다고 주장하며, 당시 유통된 것으로 추정되는 소고기 이력번호가 적힌 라벨용지와 거래내역서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A축협 측은 "이 시기 판매한 제품 모두 냉장 유통기한을 10일쯤 남긴 시점에 '냉동 전환'을 했고, 이를 통해 유통기한이 12개월 더 늘어났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한우의 경우 냉동육 유통기한은 2년이고 냉장육은 60일이다. 이 축협의 주장대로라면 판매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취재 결과 A축협은 문제가 된 시점 훨씬 이전인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냉장육을 냉동 전환하면서 경주시에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따르면 냉장제품을 냉동제품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축산물가공업자 등은 냉동전환 전 관할 지자체에 품목명, 중량, 보관방법, 유통기한 등을 보고해야 한다. 이를 위반해 판매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사실이 이런데도 경주시는 B씨가 민원을 제기한 직후 "A축협을 불시 방문해 점검한 결과 민원인이 제출한 자료와 다르게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서류상으로도 잘 돼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매일신문이 '냉동전환 신고내역 확인서'를 요구하자 "2021년 이전 서류가 전산상에 나타나지 않아 A축협에 요청을 해놓은 상태"라고 말을 바꿨다. 경주시가 해당 축협을 비호한다는 의혹을 낳고 있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냉동 전환 신고 여부는 관할 지자체가 전산상으로 바로 알 수 있는 사안"이라며 "경주시가 묵인한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축협 측의 말만 믿고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을 뿐 묵인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A축협은 2021년까지 최소 5년 동안 경주시에 냉동 전환 신고를 하지 않았다. 2022년 이후 냉동 전환 신고 내역을 보면 A축협은 매월 평균 1차례, 100㎏ 이상 물량을 냉동 전환했다. 이를 감안하면 A축협은 2017년부터 5년 동안 최소 6t 이상의 소고기를 불법으로 냉동‧유통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경주시는 '한우브랜드 육성 및 명품화'를 목적으로 해당 축협에 매년 5억원 안팎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A축협이 소고기를 불법으로 냉동‧유통한 5년간 지원한 금액은 26억1천만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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