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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포스코 사외이사, 전원 사퇴하라!

이상준 경북부장
이상준 경북부장

포스코, KT, KT&G 등은 '오너'가 없는 기업이다. 국영기업으로 출발해 민영화 수순을 밟았다. 경제 용어로는 '소유 분산 기업'이라 불린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초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소유 분산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선임 등 지배구조 구성에서 윤리적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며 "그 절차와 방식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지적은 현실이 됐다. 포스코그룹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가 지난해 8월 캐나다에서 '초호화판 이사회'를 연 정황이 드러났다.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현 최정우 회장(CEO)의 3선 연임 추진이 예상되던 시점이었다.

경찰은 지난 11일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포스코홀딩스의 호화 해외 이사회 의혹이 담긴 고발장을 이첩받아 최 회장 등 16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입건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3일 포항 지역 시민 단체인 '포스코 본사·미래기술연구원 본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 측에 대한 고발인 조사도 마쳤다.

범대위는 포스코 임직원과 사내외 이사들이 지난해 8월 6~12일 5박 7일 일정으로 캐나다 밴쿠버에서 이사회를 개최하는 과정에서 6억8천여만원을 집행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고발장을 제출했다.

경찰이 조사 중인 이사회 지출 내역을 보면 기가 막힌다. 참석자들은 한 끼에 2천만원대 식사를 하는 등 식대만 1억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할 때는 50분 거리에 1억7천만원가량이 드는 전세 헬기를 이용했다고 한다.

더 기가 막히는 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16명 중 사외이사 7명 전원이 오는 3월 예정의 차기 포스코그룹 회장을 선출하는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 소속이라는 점이다. 범대위는 "(초호화판 이사회는) 최 회장 등 사내이사들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후추위) 사외이사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후추위는 지난 12일 입장문을 통해 "비판 취지를 겸허히 수용한다"면서도 "포스코그룹의 새 회장 선출을 위한 중요한 시기에 후추위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이득을 보려는 시도는 없는지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로비' '누군가의 개입' 여부를 떠나 후추위 사외이사들이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참여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사외이사의 존재 의의는 대주주나 오너의 전횡, 경영에 대한 독단을 감시하는 것이다. 식사 한 끼에 2천만원짜리 초호화판 외유야말로 사외이사의 존재 의의와 신뢰를 저버린 것 아닌가.

모든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외이사'의 역할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포스코가 어떤 기업인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통해 대일청구권을 포기하는 대신 경제협력자금을 지원받아 설립한 국민기업이 바로 포스코다. '조상의 핏값'으로 지은 회사에 초호화판 이사회 논란이 웬 말인가.

지금이라도 후추위 사외이사들은 전원 사퇴하는 게 순리다. 차기 CEO 선출에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새로운 선임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미 신뢰를 상실한 사외이사들이 차기 회장을 선출한다면, 차기 회장의 신뢰성마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이참에 경영진과 결탁하기 쉬운 사외이사 중심의 소유 분산 기업 CEO 선출 방식도 전면 개편해야 한다. 대통령의 지적처럼 소유 분산 기업의 CEO 선임은 그 절차와 방식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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