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필리핀 노동자 송출 중단에…경북도 "임금착취 등 피해 적발시 사업 배제"

道, 인권침해 등 실태조사 실시…사례 확인시 해당 농가 퇴출
피해 파악 시 사업 참여 '원스트라이크아웃'…보호조치 시행·대책 마련도

지난해 9월 경북 청도군 매전면 하늘담은농원에서 필리핀 카빈티시(지방정부) 농정국장과 계절근로자, 농장주 가족 등이 모여 대화하고 있다. 청도군농업기술센터 제공
지난해 9월 경북 청도군 매전면 하늘담은농원에서 필리핀 카빈티시(지방정부) 농정국장과 계절근로자, 농장주 가족 등이 모여 대화하고 있다. 청도군농업기술센터 제공

청도군농업기술센터와 장상열 청도군 부군수는 17일 경북 청도군 매전면 하늘담은농원에서 필리핀 카빈티시 출신 계절근로자와 농장주 가족 등을 만나 임금착취 및 인권침해 실태 상담을 했다. 청도군농업기술센터 제공
청도군농업기술센터와 장상열 청도군 부군수는 17일 경북 청도군 매전면 하늘담은농원에서 필리핀 카빈티시 출신 계절근로자와 농장주 가족 등을 만나 임금착취 및 인권침해 실태 상담을 했다. 청도군농업기술센터 제공

필리핀 계절근로자 송출 중단 사태(매일신문 1월 17일 보도)를 맞닥뜨린 경상북도가 인권침해 및 임금착취 피해를 적발하는 즉시 해당 시·군과 농가주를 계절근로자 사업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17일 경북도는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천국 경북' 지위를 이어가고자 계절근로자 임금착취·인권침해 방지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도는 우선 지난해 하반기 이후 도내 체류 중인 계절근로자를 상대로 적정 임금을 받았는지부터 숙소 적합성, 외국인의 여권·통장 압수 여부 등을 살핀다. 성범죄, 폭언·폭행 등 인권침해 사실도 조사한다.

문제가 있는 시·군과 농가주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사업에서 배제하는 초강수를 둔다. 국·도비 사업 참여 시에도 불이익을 줄 방침이다.

또한 도는 법무부가 검토하던 계절근로자 유치·관리 대행 전문기관을 하루빨리 도입하도록 대정부 건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계절근로자에게서 고액 수수료를 챙기던 불법 브로커를 뿌리뽑고 계절근로자 유치산업을 양성화하는 취지다.

그럼에도 도와 시군은 필리핀 정부의 인력 송출 중단 사태가 장기화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농가 고령화와 만성 인력난으로 계절근로자가 어느 곳보다도 절실해서다.

도내 시·군은 관련 제도를 도입한 2015년 이후 브로커 개입을 배제한 채 직접 상대국 현지에 가서 인력 유치전을 펼치고 사후관리도 철저히 해 왔다. 그 덕에 한 번도 착취 등 문제가 불거진 적 없다.

실제 경북의 계절근로자들은 높은 임금 등 매력있는 처우와 인격적 대우에 '체류 연장'을 희망하곤 한다.

청도군에선 지난해 9월 입국한 필리핀 계절근로자 80여 명이 최근 "3개월 더 일하고 싶다"며 일제히 근로 연장 신청을 했다. 그 중 40여 농가가 "더는 일감이 없다"며 불가피하게 거절하는 상황이다.

군은 올 상반기 신청한 필리핀 계절근로자 10여 명이 이번 사태로 입국하지 못하면 기존 인력 일부를 전환 체류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청도군 매전면의 딸기·멜론 농장 '하늘담은농원'에서 일하는 올리버로스 레니(45·필리핀 카빈시티) 씨는 "고용주에게서 월급을 받고 한국어도 배우며, 나도 고용주에게 영어와 간단한 필리핀어를 알려주는 등 서로 도움을 주고 있다. 내가 원하는 음식과 식재료도 구해주고 종종 외식도 시켜줘 즐겁게 지내고 있다"고 했다.

이 밖에도 김천시는 외국인 근로자 3대 복지제도(주중·주말 무료교육, 귀국 전 건강검진, 화합행사)를 제공하고 체류기간 종료 시 계절근로자 설문조사를 한다. 의성군은 결혼이민자를 불러 통역을 지원하고 경찰 및 고용주와 협업해 범죄·인권침해와 무단이탈을 막는다. 봉화군도 농가를 전수조사해 피해 여부를 확인해 왔다.

김주령 경북도 농축산유통국장은 "국내에서 벌어진 계절근로자 피해 사례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경북에선 유사 사례가 없도록 꾸준히 관리하고, 만일의 경우 특단의 조치를 취해 계절근로자를 보호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법무부와 외교부는 필리핀 중앙정부(이주노동부)와 지방정부들의 방침과 후속 동향을 살피고서 대책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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