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초저출생시대, 청년에게 지방시대를 허하라

임대성 경상북도 대변인

임대성 경상북도 대변인
임대성 경상북도 대변인

"어쩌면 나도…."

1983년생의 30%, 1988년생의 절반이 미혼이라는 기사를 보며, 나 또한 저 통계 수치에 포함될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 있는 친구들의 제법 많은 수가 미혼이기에 통계 수치에 더욱 눈길이 갔다.

서울 태생인 나는 업무로 인해 지난 34년 간의 서울 생활을 접고 6년 전 경북에 정착했다. 당시 나의 선임은 "경북에서 일하면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말로 내게 경북살이를 제안했다.

물론 당시에는 결혼은 온전히 내 문제며 내 숙제라 생각했고, 이에 결혼 문제보다는 지역에서의 새로운 경험이 더 마음에 들어 고심 끝에 경북살이를 택했다.

그런 경북살이는 내게 시작부터 파격이었다.

앞서 서울에서는 '1.5룸'이라 부르는 오피스텔에 살았다. 원룸에 가깝지만 1~2평(3.3~6.6㎡) 남짓한 거실이 분리돼 있던 그곳은 당시 보증금만 9천만원이 넘었고 매달 수십만원의 월세를 내야 했다.

월세가 아까워 전세로 돌리려니 전세금은 2억원이 넘었다. 소위 서울 중심 지역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외곽에 있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경북에서는 100㎡(30평형)대 신축 아파트 전세가 1억원 정도다. 서울 물가에 익숙했던 나는 눈이 휘둥그레질 수 밖에 없었다.

경북살이를 하며 집 공간에 여유가 생기니, 내 삶에도 여유가 다가왔다. 공간이 주는 여유 속에서 요리라는 생활의 취미를 즐기게 됐고, 사람들을 초대해 집에서 함께 저녁을 즐기는 시간도 생겼다.

그러다 아내를 만났다. 여러 공통분모를 발견하고 만난 지 8개월 만에 결혼했다. 선임의 '결혼할 수 있다'던 말이 그림처럼 이뤄진 순간이었다. 결혼이 손쉽게 성사된 배경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무엇보다도 결혼 자금 관련해 어떤 트러블도 없었던 것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서울에서 지낼 때 결혼을 앞둔 친구들이 집을 구하다 쌍방의 입맛에 맞는 곳을 찾지 못해 파혼하는 사례를 숱하게 봐왔기에 더욱 그런 생각을 했다. 경북살이에서는 아파트인지 단독주택인지 주거의 형태를 고른다는 것만 다를 뿐, 대체로 비슷한 수준에서 부담없는 가격에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제는 연년생 4살, 3살 두 딸을 둔 아빠로 경북살이를 하고 있다. 아내도 도심 생활을 접고 경북에서 함께 지낸다. 결혼하고 애 낳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대부분 겪는 비슷한 수준의 고민과 걱정을 하며 때론 투닥거리고, 때론 웃으며 그렇게 소중하게 주어진 평범한 행복 속에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초저출생에 빠진 대한민국 현실이 더욱 안타깝다. 수도권에서 삶에 지친 청년으로 내가 겪었을지도 모르는 비혼과 저출생 문제는 암울한 미래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경상북도는 이대로 지켜볼 수 없어 최근 '초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경북의 초저출산 대응 정책을 우리나라 전반에 적용하려 준비하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신년 도정업무보고를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초저출산 대응'에 맞추기로 하고 해외 사례, 그간의 정부 정책을 분석하는 등 실국별 대책을 제시하도록 했다.

이는 '대한민국을 잘 살게 한 '새마을정신'을 '저출생 극복' 정신 운동으로 승화시켜 '새로운 대한민국, 시끌벅적한 경상북도'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초저출산과의 전쟁에서 경북이 꼭 승리하기를 희망한다. 청년들이 원하는 평범한 삶의 소중함을, 바쁜 일상에 지친 우리나라 청년 모두에게 허하는 것부터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청년들에게 지방시대를 허락해야 한다.

임대성 경상북도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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