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퇴직 경찰관 역할 기대 

조진 대구경찰청 아동청소년계장(경정)

조진 대구경찰청 아동청소년계장
조진 대구경찰청 아동청소년계장

교육 당국이 학교폭력 조사를 전담할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을 모집, 선발 중이다. 이는 그간의 학교폭력 조사와 조치, 이와 관련된 학부모 민원 등으로부터 일선 교사들의 부담을 완화하고, 교사 본연의 업무인 수업과 생활지도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학교폭력 사안 처리의 전문성·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대구시교육청에서도 관련 역량을 갖춘 퇴직 교원·경찰 등 100명의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을 선발한다는 계획하에 모집 기간을 오는 24일까지로 정하여 신청을 접수하고 있다.

학교폭력은 '학교'라는 방점과 '폭력'이라는 방점이 공존한다. 교육적 접근과 위하적 접근이 모두 필요한 양면성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도입 발표 때부터 기대와 우려가 함께 있었고, 특히 퇴직 경찰관에게 조사를 맡기는 부분에 대한 갑론을박이 전개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경찰이 학교전담경찰관(SPO) 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올해로 12년째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수사경찰이 아닌 행정경찰로 학교폭력 및 소년범죄 예방 활동과 교육 당국의 학교폭력 사안 처리 지원, 청소년 선도 및 보호 활동, 유관 기관 정보 공유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또한 경찰은 2015년을 '피해자 보호 원년의 해'로 선포하고, 기존 가해자 처벌 중심의 수사 활동에 '피해자 보호 지원 및 피해 회복'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미해 균형 있고 실질적인 경찰 활동을 펼쳐왔다.

아울러 수사나 조사 과정에서의 피의자 및 피내사자 인권 보장을 위한 기능과 인력을 확충해 왔고, 인권 친화적인 경찰 활동을 지향함은 물론 경찰 활동과 관련한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에 따른 개선 조치도 꾸준히 이어졌다.

현재의 퇴직 경찰관 대부분은 이러한 변화된 패러다임을 근무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고 실천해 왔던 주체다. 재직 중 체득한 수사 및 조사 경험과 노하우는 물론, 균형적이고 합리적인 조사관으로서의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다만 퇴직 경찰관 대부분은 교육 전문가는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도입 시 학교와 교사의 학교폭력 관련 업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사건 초기 대응과 긴급한 조치, 피해 학생 면담 및 지원, 피·가해 학생 간 관계 개선 및 회복 등 교육적 조치는 여전히 학교와 교사가 맡게 된다는 점에서 우려는 크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이번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도입의 배경과 취지를 충분히 고려해, 퇴직 교원 등 교육 인력 위주의 전담조사관을 꾸리기보다는 퇴직 경찰 등 교육 인력 외 전담조사관을 충분히 확보, 학교폭력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도입하고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 업무에 대한 경찰청 주무계장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전담조사관으로 퇴직 경찰관을 다수 확보하는 것이 이번 제도 개선의 본래 취지를 살리는 것이고, 또한 그 효과도 배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신 충분한 교육과 연수를 통해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공통적 소양과 교육적 접근의 마인드를 주지시켜야 하고, 표준적 모델을 개발해 계속 발전시켜 나갈 책무가 있다.

아무리 새롭고 합리적인 제도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운영 과정에서 도리어 그 장점보다는 단점이 부각되어 버릴 수 있다.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의 과거 근무 역량을 십분 활용할 수 있고, 단점을 보완하여 통합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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