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달체계'란 게 있다. 용어는 낯설고 어렵지만, 알고 보면 익숙한 제도다. 김두통 씨가 머리가 아파 동네 의원을 갔다. 그곳 의사는 진찰을 하고, 약 처방을 해 줬다. 약을 먹어도 낫지 않으면 큰 병원에 가서 CT나 MRI를 찍어 보라고 했다. 얼마 뒤 두통 씨는 결국 동네 의원에서 진료의뢰서를 받아 대학병원을 찾았다. 이처럼 질환의 경중에 따라 환자가 동네 의원(1차 의료기관)이나 병원·종합병원(2차 의료기관)을 거쳐, 상급종합병원(3차 의료기관·대부분 대학병원)으로 옮겨 가는 방식이 의료전달체계다.
의료전달체계는 의료 자원의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환자가 '적시에, 적소에서 적정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만든 제도다. 동네 의원이 비싼 의료기기를 도입하거나, 대학병원이 감기 등 가벼운 질환을 다루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낭비다. 의료전달체계는 이런 불합리를 방지하기 위해 1989년 7월 전 국민 의료보험과 함께 실시됐다.
'메디시티 대구'는 의료 인프라가 한강 이남에서 최고다. 그런데 의료전달체계가 왜곡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대학병원과 병·의원들은 많은데, 2차 종합병원이 부족하다는 게 주요 원인이다. 환자들도 2차 종합병원보다 대학병원을 선호한다. 대구의 의료기관 5천314곳 중 1차 의료기관이 3천726곳, 2차 의료기관은 225곳, 3차 의료기관은 5곳이다. 문제는 진료 과목이 다양하고, 응급 환자 치료가 가능한 2차 종합병원이 적다는 점이다. 2차 의료기관 중 종합병원은 5.78%(13곳)에 불과하다. 이는 전국 특별·광역시 중 가장 낮은 비율이다.
2차 종합병원은 동네 의원과 대학병원의 허리 역할을 한다. 2차 종합병원 역할이 부실하면, 대학병원으로 환자가 집중되는 등 의료체계 전반에 부담이 커진다. 대학병원을 찾은 암을 비롯한 중증 환자들의 수술과 검사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 응급 환자들이 대학병원에만 몰리면, 화급을 다투는 환자들은 위험할 수 있다. 대학병원의 환자 과밀화는 2차 종합병원엔 재앙이다. 환자가 줄면 경영이 어렵고, 의료 역량이 떨어진다. 의료전달체계 안정화는 시민 건강권 차원에서 중요한 과제다. 대구시와 의료계는 기존 의료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2차 종합병원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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