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 영남권 현역 국회의원 물갈이 폭이 과거에 비해 줄어들 전망이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가 지난 16일 발표한 공천 룰이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해서다. 이 룰에 따라 공천이 이뤄지면 텃밭인 영남권 교체율도 과거에 비해 줄어들 수 있다. TK(대구경북) 물갈이 폭도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2월 말 전후로 텃밭인 영남권 현역 의원 교체를 염두에 둔 또 다른 룰이 전격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역 의원에 유리한 공천 룰
국민의힘 공천관리위는 우선 교체지수를 적용해 하위 10%인 현역 의원 7명을 컷오프한다. 하위 10~30%인 현역 의원 18명에 대해 경선 득표율에서 20%를 감산한다. 사실상 불출마 권고다. 지역구 의원 90명(비례 23명) 중 25명을 공천에서 사실상 탈락시키겠다는 의미다.
컷오프되는 7명은 권역별로 나뉜다. TK는 서울 강남구·서초구와 함께 4권역에 포함되고 2명이 컷오프된다. 1권역(강남3구 제외한 서울 및 수도권) 1명, 2권역(충청권) 1명, 3권역(서울 송파 및 부울경) 3명 등이다.
20% 감산되는 18명은 4권역(서울 강남·서초 및 TK) 6명, 1권역 2명, 2권역 2명, 3권역 8명이다.
한 지역구에서 3선 이상 지낸 의원이 같은 지역에 나가면 경선 득표율에서 15%를 깎는다. 권역별 하위 평가자와 중복될 경우 합산해 적용한다. 이론적으론 한 지역 3선 이상이면서 하위 30%에 들면 경선 과정에서 득표율의 최대 35%까지 감산될 수 있다.
동일 지역 3선 이상 의원들을 지역별로 보면 TK는 윤재옥·김상훈(이상 3선) 의원 등 2명이다. PK(부산울산경남)는 조경태(5선) 의원, 김기현(4선) 의원, 김도읍·박대출·윤영석·이채익·이승헌·조해진(이상 3선) 의원 등 8명이다. 단순 계산하면 PK가 TK에 비해 탈락할 중진이 많아질 수 있다.
충청권은 이상민·정우택·정진석(이상 5선) 의원, 이명수·홍문표(이상 4선) 의원, 박덕흠·이종배(이상 3선) 등 7명이다. 수도권 김학용·윤상현(이상 4선) 의원, 유의동(3선) 의원 3명이다. 강원권 권성동(4선) 의원, 한기호(3선) 의원 등 2명이다. 모두 22명이다.
TK 주호영(5선), PK 김태호(3선) 의원은 지역구가 바뀐 탓에 이번 대상에서 빠졌다.
◆TK, 최대 23곳 경선 가능…현역 "해 볼 만한 싸움"
TK가 포함된 4권역에서 국민의힘 의원 지역구는 대구 12곳, 경북 13곳, 강남구(갑·병) 2곳, 서초구(갑·을) 2곳 등 29곳이다. 29명 국회의원 중 컷오프 2명이 되고, 경선에서 20% 감산 대상자 6명이 나온다.
컷오프 대상 의원이 강남구와 서초구가 아닌 TK에서 모두 나온다고 가정해도 TK 의원 25명 중 2명이 대상자다. 이론적으로 23곳이 경선 지역이 될 수 있다. 현역 의원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은 구도다.
애초 TK는 전통적인 텃밭인 탓에 최소 50%가량 물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25명 중 최소 12, 13명은 공천에서 배제될 것이란 얘기가 많았다. 하지만 공관위가 발표한 룰 대로 진행되면 최악의 물갈이를 피한 것뿐만 아니라 오히려 용기를 얻게 됐다.
게다가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도 현역 의원들에 맞서는 도전자들도 만만치 않아 컷오프와 20% 감산 대상자가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럴 경우 살아남을 TK 현역 의원들은 더 많아진다.
동일 지역 3선 이상도 TK는 윤재옥·김상훈 의원 등 2명에 불과하다. 윤 의원은 원내대표인 덕분에 경선 없이 1인 단수 공천을 받을 공산이 크다. 김 의원은 지역구가 탄탄해 경선에 들어가면 도전자에게 패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초·재선 의원들도 도전자와 경선에서는 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인지도에서 우위를 자랑하고, 당원 조직에서도 현역 프리미엄을 무시할 수 없다. 예컨대 당원 명부도 현역 의원들은 모두 보유하고 있지만 도전자들은 구하기도 쉽지 않다.
대통령실이나 내각 출신 등 윤석열 대통령 측근이라도 경선에서 현역 국회의원을 물리치기는 어렵다. 현장에서 득표 활동을 벌이는 대통령 측근들도 현역 의원을 컷오프 한 뒤에 도전자 간 경선에는 이길 자신이 있지만 현역 의원과 경선은 부담스럽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현역 의원과 경선해서 이길 도전자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대통령 최측근도 예외가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TK 경선은 당원 50%, 일반 국민 50%로 진행된다. 당원들은 현역 의원을 지지할 수밖에 없고, 일반 국민들도 인지도 높은 현역을 찍을 것"이라고 했다.
◆이준석 신당과 특별법 재의결, 염두에 뒀나
공관위가 이처럼 현역 의원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공천 룰을 만든 배경에 이준석 신당과 김건희 여사 특별법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역 의원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될 경우 이준석 신당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김건희 여사 특별법 재의결이 설 이후 2월 임시국회에서 진행된다.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되는 탓에 현역 의원들을 자극할 경우 무더기 반란표가 나올 수 있다. 따라서 특별법 재의결까지는 현역 의원들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게 여권 핵심부의 의중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2월 말 전후로 새로운 국면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특별법 재의결이 무산되면 당내 주도권이 공천관리위와 대통령실로 넘어가고, 격전지인 수도권과 충청권 공천에서 교통정리가 진행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2월 말~3월 초'로 예상되는 TK 공천에서 그야말로 피 튀기는 전쟁이 시작된다. 전략공천을 포함해 현역 의원 공천에 새로운 잣대가 나올 가능성도 높다. 예컨대 당 지지율과 의원 지지율 간 격차 등이 잣대로 등장할 수 있다.
수도권과 충청권이 '이기는 공천'에 주안점을 둔다면 TK를 포함한 영남권은 '물갈이 비율'에 높이는 데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어서다. 현역 국회의원 입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실제 3040 예비후보들은 이번 공천 룰에 불만을 토로하면서 향후 전략공천 가능성을 높게 예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젊은 예비후보는 "3040 예비후보 단톡방에서 공천 룰이 현역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만들어졌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동시에 가산점이 높지 않아 이대로는 신인이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자연스레 막판 전략공천이 진행될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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