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을 수사한 검찰이 파벌 간부급 의원을 불기소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아베파와 기시다파, 니카이파 등 3개 파벌 회계책임자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는 데 그치면서 정치자금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지만 자민당 내 6개 파벌 중 최대인 아베파 등 3개 파벌이 해산을 선언하는 등 일본 정치에 큰 영향을 미쳤다.
교도통신과 NHK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도쿄지검 특수부는 이날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혐의로 아베파와 니카이파 회계 책임자를 불구속기소하고, 기시다파의 전 회계 책임자를 약식기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아베파 간부 7명과 니카이 도시히로 전 간사장 등 파벌 간부를 맡은 의원들은 회계책임자와 공모 입증이 어렵다고 판단해 입건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결국 이번 수사가 거물급 정치인의 형사 처벌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은 셈이다.
아사히신문은 "파벌의 간부급 의원들이 정치자금 수지보고서 처리는 회계 책임자에게 맡긴 만큼 기재 여부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혐의를 부인했다"며 검찰이 이들의 공모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치자금 관련 법률은 정치자금 수지보고서 미기재 행위에 5년 이하의 금고나 100만엔(약 9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물릴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그 대상을 원칙적으로 회계책임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회계책임자와 공모한 사실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파벌 간부급 의원을 처벌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검찰은 파티권 판매 미기재액이 5천만엔 이상의 거액인 오노 야스타다 의원은 불구속기소하고 4천만엔을 넘은 다니가와 야이치 의원은 약식 기소했다. 두 의원은 기소된 뒤 자민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지지율이 추락하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자민당의 파벌 정치에 대한 불신은 이번 수사를 계기로 훨씬 더 커져 정치적 파급 효과는 작지 않아 보인다.
특히 기시다 총리는 이날 자신이 이끌던 기시다파(정식 명칭 '고치정책연구회')를 해산하겠다고 밝혀 자민당 내에서도 작지 않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지난달까지 회장을 맡았던 기시다파는 소속 의원 46명으로 자민당에서 네 번째로 큰 파벌이다.
아베파도 이날 저녁 임시 의원총회를 개최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파벌을 해산한다고 발표했다.
아베파는 소속 의원 98명을 보유한 자민당 내 최대 파벌로 2000년 이후 모리 요시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아베 신조, 후쿠다 야스오 등 4명의 총리를 배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민당 내 뿌리 깊은 파벌 정치가 근절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실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솔선수범해 신뢰를 회복하려 하는 것이겠지만 "아소파와 모테기파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아소파와 모테기파는 소속 의원이 각각 50여명으로 자민당 내에서 아베파에 이어 두 번째와 세 번째로 규모가 큰 파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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