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매일신문 기사 중 가장 많은 댓글이 달린 기사는 "한동훈, 김건희 모녀 23억 차익 검찰 의견서는 文 정권 문서"(1월 16일 보도)였다. 총선을 80일도 채 남기지 않은 시기에 독자들의 관심이 김건희 여사에 쏠려 있다는 소리다. 사실 여부를 떠나 대통령의 배우자와 처가 관련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소위 쌍특검이라 불린 도이치모터스 사건 관련 김건희 여사 주가 조작 의혹 특검법과 50억 클럽이라는 대장동 뇌물 의혹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후 민심이 심상치 않다.
대통령실은 도이치모터스 건은 12년 전의 일로 대통령이 결혼도 하기 전 사건이라는 점과 문재인 정부에서 거의 2년에 걸쳐 샅샅이 조사했음에도 기소조차 하지 못했던 사건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총선을 앞둔 시점의 무리한 특검은 더불어민주당의 선거 전략용이라며 거부권 행사의 이유를 설명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핵심은 그게 아니다. 국민은 대통령은 물론, 고위공직자나 공인들 및 그 배우자에게 특히 더 높은 도덕성과 평등성을 요구한다. 자신과 주변에 더욱 엄격해야 할 대통령이 배우자 관련 의혹에 대해 '즉각적'인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특권 의식과 불공정성을 느낀다.
도이치모터스 사건 외에도 대통령의 해외순방 중 명품 쇼핑,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등으로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이유는 이 사건들의 진위가 아니라 대통령 배우자 관련 의혹이라는 점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총선을 앞둔 현시점에 가장 큰 이슈는 대통령 배우자의 명품 백 수수 이야기다. 이건 의혹 수준이 아니라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 사실이다. 사건의 당사자인 목사가 모든 과정을 의도적으로 도촬했고 이를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는 점에서 억울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관점에서 이 사건의 핵심은 '대통령의 배우자'가 '명품 백'을 받았고, 대화 중 자신이 대통령인 듯 행동했다는 것일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대통령에 앞서 걸어가면서 손을 흔든 것만으로도 국민은 배우자가 대통령인 것처럼 행세했다고 비난을 쏟아부었던 것을 기억하라. 게다가 명품 백 사건에 대해 대통령도 대통령실도, 혹은 당사자인 김건희 여사도 어떤 해명도, 사과도 전혀 없다는 점이 괘씸죄를 더한다.
명품 백 사건은 총선과 관련한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어떤 노력을 해도, 국민의힘이 어떤 정책을 발표해도 국민의 눈과 귀에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오직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의혹이 모든 이슈를 덮고 있는 현상 앞에 국민의힘은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총선을 앞두고 달콤한 감세정책과 지역개발정책을 발표해도 여론은 꿈쩍도 않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재판을 지연시키는 부도덕한 판사들의 어이없는 행태에도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작은 반사적 이익조차 얻지 못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총선의 의미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총선 패배는 곧 윤석열 정부의 식물화를 의미한다. 지난 4년간 압도적 의석을 가지고 의회 권력을 행사해 온 민주당의 행태로 미루어 앞으로 윤 정부와 민주당은 사사건건 충돌해 미래를 준비하기는커녕 눈앞의 일도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과거 없는 현재 없고, 현재 없는 미래는 없다. 국민이 항상 옳다면 국민의 60%가 찬성한 특검은 당연히 받았어야 했다. 그것이 민주당에 의해 악용될 것이 우려된다면 이를 소상히 설명해 이해를 구하고 선거 후 특검 수용을 선언했어야 했다. 김건희 여사는 명품 백 사건을 국민께 사죄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
양평 땅은 즉시 매각해 그 차익을 공익 목적에 기부함으로써 의혹을 씻고 양평 주민들이 염원하는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주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즉각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제2부속실과 특별감찰관을 즉시 임명해 대통령 주변 관리와 통제 체제를 제도화해야 한다. 야당이 특별감찰관을 추천하지 않으면 추천할 때까지 그와 유사한 자리를 대통령실에 만들면 된다.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고 군주민수(君舟民水)라는 말은 국민은 항상 옳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진정 국민이 항상 옳다고 생각한다면 공정과 상식을 회복하고 선제적으로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라. 그것만이 4·10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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