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충남 태안군의 한 주택가에서 일가족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가족 중 7살 딸은 '소아 당뇨'라 불리는 1형 당뇨병 환자였으며 40대 남편과 30대 아내는 자녀의 병원비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이동현 계명대 동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1형 당뇨병은 성인이 앓는 당뇨병과 달리 완치가 불가능하고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병"이라며 "환아에게도 부모에게도 이겨나가는 것이 무척 힘든 병"이라고 말했다. 1형 당뇨병 환아와 보호자인 부모들이 정부에게 소아 당뇨를 중증 난치성 질환으로 인정하고 이에 맞는 지원을 요구하는 이유다.
◆ '소아 당뇨병'≠성인 당뇨병
우리 몸은 음식물을 섭취한 뒤 이를 포도당의 형태로 변화시켜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이를 위해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의 도움을 받는데,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췌장에서 분비되지 않으면 혈당이 높아지고 결국 소변으로 당이 배출된다. 이를 '당뇨병'이라 한다.
당뇨병은 발병원인에 따라 췌장의 인슐린 분비 자체에 문제가 있는 일차성과 다른 병의 증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차성으로 분류한다. 일차성 당뇨병은 1형 당뇨병과 2형 당뇨병으로 분류하는데, 우리가 흔히 '소아 당뇨'라 부르는 병은 1형 당뇨병이다.
췌장에서 만들어내는 인슐린이 제 역할을 못 해서 생기는 2형 당뇨병과 달리 '인슐린 의존성 당뇨병'으로도 불리는 1형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섬세포가 자가면역 등으로 인해 파괴돼 인슐린 분비 능력이 떨어지면서 발생한다. 이 때문에 인슐린 주사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 어느 연령대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가
1형 당뇨병은 아동 1천명 중 2명 정도의 유병률을 보이나 연령 및 국가에 따라 차이가 있다. 여러 호르몬의 변화가 일어나는 사춘기 연령에서 유병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다음으로는 유치원 혹은 학교에 입학하여 다수의 사람과 접촉하여 바이러스 감염의 기회가 높아지는 5~7세 경에 많이 발생한다.
전체적인 남녀 발생 빈도는 비슷하나 사춘기 연령에서는 여아에서 좀 더 많이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연간 15세미만 아동 10만명당 3명 정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매우 낮으나, 과거에 비해 점점 증가하고 있다.
1형 당뇨병을 유전병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1형 당뇨병의 일란성 쌍둥이에서의 일치율은 30~65%, 2형 당뇨병의 경우에는 60~90% 정도로 2형 당뇨병에서의 유전성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이 교수는 "정확한 발병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바이러스 감염이나 환경적 요인, 면역 기전, 유전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 평생 치료해야 하는 병
1형 당뇨병은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회복 불가능하게 감소한 상태라서 치료하지 않는 경우 소변으로 당이 배설되고, 당에 의해 삼투압이 높아져 소변량이 많아지게 된다.
이로 인해 탈수가 유발되고, 칼로리 배설이 심화되어 체중감소가 동반되며, 지방과 근육에서 당이 흡수되지 못하여 피로 및 운동능력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증상이 지속될 경우 당뇨병성 케톤산증이 발생하며 의식장애가 생기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신장병증과 망막병증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인슐린 주사를 통해 혈당이 정상범위에 있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인슐린 주사는 하루에 1회 주사하는 방법부터 2~4회 주사하는 방법, 인슐린 펌프를 이용한 지속 주입 방법 등이 있다.
식사 후 혈당이 높아지므로 하루 3~4회 혹은 펌프를 통한 적극적 치료가 유용하며, 합병증도 적게 발생하여 주로 사용되고 있다. 하루 4회 이상 혈당을 측정하면서, 작용이 빠른 인슐린 주사를 매 식전과 간식 섭취 전에 투여하고, 식사와 관련 없는 평소의 혈당 관리를 위하여 자기 전이나 아침에 작용 시간이 긴 지속형 인슐린을 투여하는 방식이다.
◆ 긴 싸움에 사회의 도움이 필요
주사와 같은 약물 이외에도 식사 관리와 운동 요법도 필요하다. 식사량을 엄격히 제한하기 보다는 아동의 성장과 발달에 맞게 영양소를 공급하면서 인슐린 주사와 적절한 비율을 맞추는 안정적 식사관리가 중요하다.
소아 당뇨의 치료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아직 몸도 마음도 성장 중인 아이들이 받는 여러 제약들에 있다. 먹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먹지 못하고, 매 끼니마다 주사를 맞아야 하는 것이 어린 아이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짐이다. 또한 이러한 아이들을 돌보고, 치료비를 부담해야하는 부모님들 에게도 무척 힘든 일이다.
이 교수는 "국가와 지자체 등에서 이러한 소아 당뇨 환아들을 위한 지원과 사회적 인식 변화에 앞장서야 하며, 의료진들도 환아와 부모의 마음도 헤아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움말 이동현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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