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제비 꼬리가 사라지고 있다

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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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나 클래식 콘서트에 가보면 지휘자와 연주자들이 검은색의 연미복이나 턱시도에 흰색 셔츠를 입고 나비넥타이로 불리는 보우타이를 매는데, 이는 오케스트라의 엘리트주의적 성격을 보여주려고 그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미복과 턱시도에는 이중성이 있음을 알아야 하는데, 이 복장은 오늘날 상류층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같은 의상을 입더라도 왼팔에 흰 수건만 걸치면 하인의 모습이 된다는 어떤 사람의 글이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복식사학자인 제임스 레이버는 모든 남성복은 처음에는 편의성이 강조된 야외활동용 복장으로 쓰이다가 평상복으로 채택되고, 또다시 이브닝드레스(상류층 남성들이 저녁에 입는 공식적인 의상으로 오늘날로 치면 연미복)가 됐다가, 마지막에는 하인들의 복장으로 쓰였다고 했다. 그에 의하면 연미복은 말을 타는 것에서 시작됐다. 18세기 중반에 영국 시골의 한 대지주가 말을 탈 때 편하도록 기존 코트의 가슴 아랫부분을 잘라 내고 아쉬웠는지 뒷부분은 남겨 가운데를 갈라 제비 꼬리처럼 하여 말의 양쪽 옆구리로 떨어지도록 했는데, 이런 시골 의상이 연미복의 기원이 되었다. 오늘날의 관점으로 보면 연미복이 과하게 차려입은 것으로 보이지만, 당시 귀족의 의상에 비해서는 극도로 절제된 옷이었다.

다시 오케스트라 복장으로 돌아와 이야기하자면, 18세기 초에 오케스트라(남성들만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할 수 있었다)가 귀족 가문에서 연주할 때, 연주자들은 다른 하인들과 마찬가지로 피고용임을 나타내는 유니폼을 입어야 했는데, 일반적으로 그 복장은 오늘날의 연미복과 비슷하다.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음악 영화에서 종종 확인 할 수 있는데, 사실 18세기 중반까지 유럽의 음악가들은 귀족의 시중을 드는 하인들과 같은 계층으로 분류됐다.

그러다가 18세기 후반과 19세기 초의 산업혁명에 따른 부의 증대와 중산층의 발전, 그리고 계몽사상으로 인해 음악가의 신분은 변하기 시작했으며, 그것은 음악의 기능 변화에 따른 결과이기도 했다. 18세기 후반이 지나면서, 궁정 주방장 수준의 대우를 받던 하이든은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음악가로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모차르트는 더 이상 자신의 생계를 잘츠부르크의 대주교에게 의탁하지 않아도 됐고, 베토벤은 지금은 악성이라고 불릴 정도로 음악을 통해 초월적인 사상을 표현하는 음악가로서의 정체성을 만들어 냈다.

이후부터 음악가들이 입는 검은색의 연미복은 하인의 복장이 아니라 멋있고 클래식한 것으로 여겨졌으며, 오늘날 연미복을 입는 관습은 수 세기에 걸친 다양한 복식 문화와 상류층의 선택이 융합된 결과라고도 한다. 유럽의 청중들도 오케스트라 콘서트를 공식적 행사로 간주하여, 연주자들과 마찬가지로, 남성들은 연미복을 입고 보타이를 맸으며, 여성들은 드레스를 입었다.

이런 복식 문화도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변해 간다. 세계적으로 오케스트라의 남성 단원들이 제비 꼬리와 타이를 버리고 셔츠를 포함해 전체를 검은색 수트로, 그리고 여성 단원들은 드레스가 아닌 바지도 입게 하는 오케스트라가 늘고 있으며, 전통보다는 편의성을 우선시해 오래전부터 청중들은 슈트에서 후드가 달린 티셔츠까지 어떤 옷이든 입고 콘서트에 갈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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