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대구경북(TK) 국회의원들을 향해 '(수도권 선거가 어찌되건) 본인의 선수(選數)가 늘어나기만을 바라는 분'이라고 비판했다가 따가운 여론에 결국 고개를 숙였다.
지역 정치권에선 김 비대위원에 대한 일벌백계를 통해 다시는 보수정당 주요 인사들이 당의 본진을 모욕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TK 시도민들에게 마음을 담은 정중한 사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비대위원은 지난 22일 비대위 회의에서 "얼마 전 제가 우리 당의 대구경북 의원님들께 분별없는 발언을 했다"며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린다"고 사과했다. 특히 김 비대위원은 "이 자리에 계신 윤재옥 원내대표님께 한 차례 사과 말씀을 정중히 드렸고, 다시 한 번 이 자리에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린다"며 한껏 몸을 낮췄다.
김 비대위원은 지난 18일 연합뉴스TV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앵커가 '사과나 사죄의 방법이 나올 것인가에 대해서는 (당내에서) 부정적인 해석이 많다'고 말하자 "그게 우리 당내 TK의 시각"이라고 답했다.
나아가 김 비대위원은 "그분들 입장에서는 빨리 4월 10일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분들, 본인의 선수가 늘어나기만을 바라는 분들"이라며 "그분들에게 과연 수도권 선거는 관심이 있는 건가. 수도권의 아우성들, 이렇게 쓰러져가는 전사자들의 목소리는 관심이 있는 건가"라고 말했다.
이 같은 망언에 가까운 발언에 대해 윤재옥 원내대표(대구 달서구을)는 이튿날 "인식 차이를 지역별로 갈라서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특정 지역과 관련해서 발언한 부분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지역 정치권은 훨씬 더 격앙돼 있다. 대구 한 국회의원은 "대구경북이 그렇게 만만하냐"며 "도대체 김 비대위원이 무슨 자격으로 당이 힘들 때마다 구원의 손길을 내민 텃밭을 이런 식으로 모욕하는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라고 일갈했다.
특히 시도민들은 김 비대위원의 발언은 '보수의 심장'이자 국가 위기때마다 나라를 지키는데 앞장 서 온 TK에 대한 모독으로 묵과할 수 없는 언행이라고 질타하고 있다.
경북대 정외과 한 교수는 "김 비대위원의 발언은 시도민과 지역 출신 정치인들에 대한 폄훼를 넘어 모욕이다"며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보수 정당 인사들의 '텃밭 무시와 모욕' 발언의 근원을 찾아내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미 경제계 한 인사도 "김 비대위원의 발언은 보수의 가치를 지키는 TK 전체를 이른바 '보수 꼴통'으로 프레임을 씌우는 것과 다름없다"며 "일벌백계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문시장 한 상인은 "TK 시도민들은 산업화를 일구고, 나라를 지켰다는 자부심이 대단히 강한 곳이다. 그런데 뚱딴지처럼 자격도 없는 보수당 인사가 시도민들에게 상처와 모욕감을 주었다. 백배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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