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저녁마다 배달식당 찾아 3만리"… '늘봄학교 확대'에 커지는 우려

교육부 '2024년 주요정책 추진계획'… "2학기 모든 학교 1학년에 '늘봄' 확대"
"강사 채용 어려움, 교실 부족" 소규모 학교 현장 중심으로 불만 표출
'늘봄지원실' 설치 둘러싸고 교육공무원들 반발도 거세

아침 늘봄교실 운영에 1년 내내 교사들을 투입한 경북 한 초등학교의 공문. 경북교사노조 제공
아침 늘봄교실 운영에 1년 내내 교사들을 투입한 경북 한 초등학교의 공문. 경북교사노조 제공

정부가 올해 하반기부터 '늘봄학교'를 전국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할 방침인 가운데 학교 현장을 중심으로 '현실을 외면한 설익은 정책'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강사 충원 어려움과 부족한 유휴공간 등 학교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강행한데다, 교사 대신 교육공무원들이 관련 업무를 떠맡게 될 것이라는 반발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늘봄학교'는 기존의 초등학생 방과후학교와 돌봄 기능을 통합한 형태로,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아이들을 돌봐주는 체계다.

양육 부담을 덜고 교육격차를 해소하고자 지난해 시범 도입됐으며, 경북 41개 학교를 포함한 전국 459개 학교에 시범 도입됐다.

교육부가 지난 24일 발표한 '2024년 교육부 주요정책 추진계획'에 따르면 늘봄학교는 올해 1학기 2천여곳으로 확대되고, 2학기에는 전국 모든 초등학교 1학년 중 희망학생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늘봄학교 확대 방침에 대해 학교 현장에선 "학교별 여건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경북 한 초등학교 부장교사 A씨는 "번화가와 학교가 멀리 떨어진 탓에 강사 채용을 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교사 3명이 늘봄 프로그램을 병행하고 있다"면서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안전지원인력도 필수인데 외진 농촌에서 3만원을 받고 일할 사람은 극히 드물다"고 하소연했다. 다.

아이들의 식사 문제 해결도 난제로 꼽혔다. 시골 소규모학교에 안정적으로 도시락을 배달해 줄 업체를 찾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경북의 한 늘봄교사는 "담당 교사가 돌아다니며 배달 가능한 식당을 몇 곳 알아보고 번갈아가며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부족한 유휴 공간도 문제로 지적된다. 또 다른 초등학교 소속 돌봄전담사 B씨는 "오후 4시까지 돌봄 교실이 끝나면 늘봄 교실에서 늘봄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하는데, 남는 공간이 없어서 아이들이 그냥 돌봄 교실에 남아 있다"면서 "여러 학년이 뒤섞인 좁은 돌봄 교실에서 뭘 할 수가 없어 강사들도 난감한 상황"이라고 했다.

교육부가 교원과 늘봄학교 업무를 분리키로 한 것을 두고는 학교 내 지방공무원 등을 중심으로 불만이 나온다. 교육부는 초등학교에 늘봄학교 업무 전담 조직인 '늘봄지원실'을 설치해 행정업무를 담당할 실무인력을 배치할 방침이다.

문성필 경북도교육청노조위원장은 "늘봄지원실을 따로 두면 학교마다 최소 3명 이상 지방 공무원 증원이 필요한데, 구체적인 실행 방안 없이는 혼란만 커질 것"이라며 "인력 부족이 심각한 행정실 지방공무원의 업무가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초등교사노조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집회를 열고 "늘봄학교의 주무 담당을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해야 한다"며 "기간제교원도 교사인데 교사들을 늘봄학교 업무에서 배제하겠다 말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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