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때 꿈꾸던 버킷리스트를 이뤘습니다. 베이스의 서러움도 날려버렸습니다"
대구 대성초, 계성중, 경북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한 지역 출신의 베이스 전태현(43) 씨가 다음 달 국립오페라단이 국내서 처음으로 무대에 올리는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에 주역 '무스타파' 역에 캐스팅됐다. 중저음의 '베이스'가 주역인 오페가 많이 소개되지 않은 국내 오페라 상황에, 전 씨는 "꿈을 이뤘고, 베이스가 안고 있는 서러움도 날렸다"고 말했다.
전태현 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독일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Hanns Eisler) 국립 음대에서 수학했다. 졸업 후 독일 베를린국제음악페스티벌 콩쿠르 2위 등 다수의 국내외 콩쿠르 입상했고, 캐나다 벤쿠버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의 '바질리오' 역으로 북미에 데뷔했다. 그리고 독일 뉘른베르크국립극장서 전속 솔리스트를 역임하며 국내·외 주요 오페라단에서 주·조역으로 무대에 서왔다. 현재는 단국대, 서울예고 등에 출강하며 다양한 오페라 무대에도 출연하고 있다.
전 씨는 "국내엔 테너와 소프라노가 주역인 오페라가 주로 소개됐다.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은 흔치않게 '베이스'역의 '무스타파'가 주역인 작품인데, 그 '무스타파'로 무대에 서게 돼 매우 기쁘다"며 "사실 베이스가 돋보이기 어려운 오페라계의 현실에 속상한 적도 많았는데, 이번에 그 서러움도 날려버렸다"고 웃어보였다.
그가 생각하는 본인의 강점은 '유연'이었다. 전 씨는 "무스타파는 베이스 특유의 멋있는 중저음 목소리도 잘 내야 하지만, 특히 빠른 속사포 랩과 고음도 중요하다"며 "베이스 중에서는 개인적으로 이 역할을 잘 소화할 수 있어서 캐스팅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큰 역할을 믿고 맡겨주신 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님을 비롯한 관계자들께 감사드리고, 최고의 무대로 관객들을 찾아뵙겠다"고 했다.
전 씨의 첫 데뷔 무대는 해외지만, 국내 데뷔는 2015년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의 '세비야의 이발사' 중 '바르톨로' 역이었다. 그는 이 무대를 시작으로 같은 해 말,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 오페라단 30주년 기념 공연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펠레' 역으도 출연했다. 대구 출신으로 수도권과 세계를 다니다, 국내에 자리를 잡은 계기도 대구인 것이다.
그리고 오는 4월엔 대구와의 재회가 예정돼있다. 작품과 역할도 2015년, 서울시 오페라단서 펼친 것과 마찬가지로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펠레'다. 전 씨는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의 무대가 시발점이 돼 서울에서 '파우스트'에 출연했는데, 똑같은 작품의 똑같은 역을 약 10년 만에 대구에서 선보이게 됐다"며 "그 어느 순간보다 최고의 모습으로 대구 시민들을 찾아뵙고 싶다. 설레는 감정이 많이 든다"고 표현했다.
이 자리에 서기까지 어려움도 있었다. 대구 지역에서는 손에 꼽히는 성악도였지만, 전국의 수재들이 모이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의 상황은 달랐다. 전 씨는 "3학년 1학기까지만 해도 중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실력이었다. 그러다 은사(恩師)이신 '양희준' 교수님이 "'베이스는 테너처럼 노래해야 한다'고 가르쳐주셨다"며 "처음 듣는 가르침을 받고 단숨에 실력이 뛰었다. 양 교수님의 가르침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주신 것"이라고 회고했다.
전 씨는 마지막으로 "나는 '오늘만 노래하는 남자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어느 무대에서든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노래를 하기 때문이다. 훗날 은퇴할 때 까지 이 마음 변치 않겠다"며 "무엇보다 대구 출신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대구를 비롯한 국내와 세계에서도 그 자부심을 잃지 않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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