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끝나면 국민의 시선은 곧장 대선으로 향할 것이다. 마침 올해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을 지켜보며 2027년 3월 예정된 대한민국 대선을 미리 그리는 분위기도 형성될 전망이다.
이번 미 대선은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지 예비선거 초반 구도에서 두 사람이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의 선두 주자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를 빼놓곤 얘기할 수 없는 싸움이다. 바이든 나이가 81세(1942년생), 트럼프는 77세(1946년생)다. 트럼프가 2017년 70세에 취임하며 최고령 미 대통령 취임 기록을 세웠고, 이걸 바이든이 2021년 78세에 취임하며 깼다.
45세의 빌 클린턴이 68세의 현직 조지 H. W. 부시를 꺾었고, 46세이며 흑인인 버락 오바마가 4선 의원 출신이며 71세였던 존 매케인을 꺾었던 신구 대결과 비교하면 신선함이 크게 떨어지는 고인 물 대결이다.
물론 늘 신선함만 추구할 수 없는 게 선거다. 미국이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가 옅어진 신냉전시대에 큰 불안감을 느끼게 된 미국 사회가 민주당과 공화당이 저마다 제시하고 실현한 바 있는 과거 미국의 영광을 그리워하고 있고, 이게 바이든과 트럼프를 불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니 고인 물이라고 다 썩은 건 아니고 효능 있는 진국일 수 있다고 해석할 만한데, 이런 해석을 방해하는 게 바이든과 트럼프 둘 다 곤혹을 느끼고 있는 인지능력 논란이다. 바이든은 요즘 공식 석상에서 넘어지기 일쑤인 데다 '우크라이나'를 '이라크'로, '윤석열 대통령'을 '문재인 전 대통령(미스터 문)'으로 잘못 말했다. 트럼프도 '힐러리 클린턴'을 '버락 오바마'로, 당내 대선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를 '낸시 펠로시 전 하원 의장'으로 혼동하는 말실수를 했다.
그런 실수야 젊은이들도 한다지만, 나이만큼 교양과 지혜를 요구받는 노장 정치인들의 실수에 대해서는 인지능력이 떨어졌다는 의구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
둘 중 누가 되더라도 미국은 고령 대통령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한다. '미국 대통령이 노망나 집무실 핵 버튼을 누른다면?' 같은 우스갯소리에 미국 국민들은 물론 세계인들도 마냥 웃을 수만 없게 됐다.
광복과 건국을 기다렸기에 74세에 취임했던 이승만 대통령, 3김 중 마지막 번호표를 뽑은 셈이기에 75세(최고령 기록)에 취임했던 김대중 대통령을 제외하면 대한민국은 대체로 50, 60대 대통령을 선택해 왔다. 국민들이 꾸준히 제시한 대통령 적령기인 셈이다.
물론 나이는 그냥 숫자다. 1984년 미 대선 1차 토론회에서 73세의 로널드 레이건이 말을 더듬고 수치를 틀리게 말한 게 부각됐고, 그러자 상대 후보 월터 먼데일(56세)은 레이건의 나이를 꼬집으며 지지율을 높였다. 이에 레이건은 "이 자리에서 제 고령을 문제 삼지 않길 부탁한다. 저도 먼데일의 지나친 젊음과 경력 부재를 지적 않겠다"고 말하며 2차 토론회에서 선전했고, 고령 논란을 극복하며 압승을 거둬 재선에 성공했다.
다만, 레이건은 퇴임 5년 후인 1994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 대통령의 건강이 곧 국가 안위인 걸 감안하면 미국은 당시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피했던 셈이다. 이어 미국은 또다시 고령 대통령 리스크를 관리할 판이고, 우리는 그 과정을 꽤 지켜본 다음 새 대선을 치른다. 숫자일 뿐이지만 그럼에도 나라의 운명을 뒤바꿀 수 있는 게 대통령의 나이라면, 의료 기술의 파격적 발전 같은 게 없는 한 대통령 적령기는 쉽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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