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엔 국제사법재판소, 이스라엘에 집단학살 방지 명령

이스라엘 "터무니 없다" 반발

25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단의 라파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에 폭삭 주저앉은 이슬람 사원과 주택가를 둘러보고 있다.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현재 가자지구 남부에서 올해 들어 가장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단의 라파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에 폭삭 주저앉은 이슬람 사원과 주택가를 둘러보고 있다.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현재 가자지구 남부에서 올해 들어 가장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이스라엘에 집단학살을 방지하고 가자지구 주민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할 조치를 취할 것을 명령했다. 다만 가자지구 내 군사작전을 즉각 중단할 것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ICJ는 지난달 29일 이스라엘을 제소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청을 검토해 26일(현지시각) 6개 항목의 임시조치 결정을 내렸다. 남아공은 소장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의 권리가 더는 극심하고 회복 불가능하게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데 필요하다"며 9개 항목의 임시조치를 요청한 바 있다.

ICJ는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살해와 심각한 신체·정신적 상해 등 제노사이드협약(CPPCG)이 금지한 행위를 방지할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명령했다.

이어 이스라엘에 자국 군대가 집단학살을 저지르지 않도록 조치하고 직접적·공개적 선동은 방지·처벌할 것과 집단학살 혐의의 증거를 보전할 것을 명령했다. 팔레스타인 주민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도 요구했다.

ICJ는 "가자지구 분쟁의 모든 당사자가 국제인도법의 구속을 받는다는 점을 강조한다"며 "하마스와 다른 무장조직에 납치된 인질들의 운명을 깊이 우려하며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석방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결정에 참여한 판사 17명에는 이스라엘 출신 판사 아하론 바라크도 포함돼 있다. 그는 "집단학살이라는 주장에 타당성이 없다고 확신한다"면서도 선동 방지와 인도적 상황 개선 등 2개 항목의 임시조치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스라엘을 제소한 남아공은 이 가운데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작전 즉각 중단'을 가장 먼저 제시한 바 있다.

ICJ의 임시조치는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혐의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일종의 가처분 명령이다.

유엔 사법기구인 ICJ의 임시조치는 본안 판결과 마찬가지로 강제로 집행할 방법은 없다. 실제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인 2022년 3월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시작한 군사작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ICJ의 임시 조치 결정을 지금까지 무시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집단학살을 전제로 한 ICJ의 명령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스라엘은 이날 집단학살을 방지하라는 ICJ의 임시조치 명령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스라엘 측 탈 베커 변호인은 지난 12일 공개심리에서 "집단학살 행위가 있었다면 이는 이스라엘을 상대로 자행된 것"이라며 이번 전쟁이 자위적 방어권 행사라고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ICJ 결정 직후 낸 히브리어 성명에서 "우리는 국가를 방어하고 국민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일을 계속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을 상대로 집단학살을 자행하고 있다는 주장은 거짓일 뿐만 아니라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반면 하마스 고위 관리인 사미 아부 주흐리는 "ICJ의 결정은 이스라엘을 고립시키고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저지른 범죄를 폭로하는 데에 중요한 진전"이라며 "이스라엘 점령군은 ICJ 결정을 이행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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