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임터뷰] 맨발학교 김은정 교감 "6개월 맨발로 걸었더니 한의원 안가도 되더라"

"다이어트는 물론 행복해져…앞산·수성못·수목원 걷기 좋아"
잘 체하는 체질, 6개월 걸으니 효과…그때부터 카톡방 열고 정보 공유
"불면증 소화불량 당뇨 지방간 등 개선, 운동법 숙지하고 차츰 거리 늘려가야"

맨발학교 김은정 교감이 동대구초 운동장에서 맨발 걷기를 하고 있다.
맨발학교 김은정 교감이 동대구초 운동장에서 맨발 걷기를 하고 있다.

1년 치 헬스 이용권을 끊었다가 기부 천사가 됐고 골프를 해보겠다고 장비까지 다 샀는데 재미를 못 붙였다. 등산을 해보겠다고 구매한 트래킹화는 창고 안을 나뒹굴고 홈트를 위해 장만한 스테퍼는 결국 당근 마켓으로 처분됐다.

"운동 계획을 너무 거창하게 세우신 거 아니에요?" 기자의 작심삼일 고백에 김은정 교감이 일침을 가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에 기자의 귀가 솔깃. "아무 장비 없이 두 발만 있으면 되는 운동이 있는데 가르쳐 드릴까요? 다이어트는 물론 건강까지 책임집니다!"

-새해 다짐을 포기하는 이들에게 솔깃할 이야기다. 맨발 학교에 대해 소개해달라.

▶2013년 대구에서 시작한 맨발학교는 맨발로 걸으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학교이다. 교장은 권택환 대구교육대 교수이고 저는 교감이다. 대구에서 시작한 맨발 학교는 전국으로 확대됐다. 2014년 5명으로 시작한 맨발 학교가 지금은 전국 지회 120여 개에 회원은 3만 명으로 늘었다.

-맨발 학교에 입학하려면 조건이 있나.

▶맨발 학교는 일반 학교와 다르다. 5가지가 없기 때문에 5무(無) 학교라고도 불린다. 건물, 선생님, 교재, 시험, 시간표가 없다. 학비도 당연히 없다.

-맨발학교 학생들이 이렇게 늘어난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을 것 같다. 맨발 걷기가 정말 건강에 도움이 되나.

▶노화와 만병의 원인은 우리 몸속 활성산소와 정전기다. 이것들은 모두 양이온이다. 그런데 땅에는 음이온인 자유전자가 많다. 그러니 맨발로 땅을 밟으면 몸속 양이온이 음이온을 만나 중화가 되는 것이다. 발바닥에 오장 육부의 경혈이 있다는 말은 많이 들어보셨을 것이다. 감각수용체들이 발에 많이 분포돼 있다. 그러니 맨발로 흙을 밟으면 지압 효과가 있고 그러면 자연스레 혈액 순환이 좋아진다. 그리고 발을 자극하면 뇌가 자극돼 두뇌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맨발걷기를 하고 있는 학생들. 혈압약 끊었다는 할머니, 등이 펴지고 있다는 할아버지, 당뇨 혈압 다 좋아졌다는 어머님, 살 빠지고 피부가 좋아졌다는 아가씨. 학생들의 사례도 다양하다.
맨발걷기를 하고 있는 학생들. 혈압약 끊었다는 할머니, 등이 펴지고 있다는 할아버지, 당뇨 혈압 다 좋아졌다는 어머님, 살 빠지고 피부가 좋아졌다는 아가씨. 학생들의 사례도 다양하다.
요즘 같은 추위에도 맨발은 효과가 좋다. 다만 옷을 따뜻하게 입어야 한다. 그리고 갑자기 너무 뜨거운 물로 발을 안 씻으면 된다.
요즘 같은 추위에도 맨발은 효과가 좋다. 다만 옷을 따뜻하게 입어야 한다. 그리고 갑자기 너무 뜨거운 물로 발을 안 씻으면 된다.

-맨발학교 회원들 사례를 몇가지만 소개해달라.

▶일단 내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나는 맨발 학교 교감이기도 하지만 동대구초 교감이기도 하다. 교직생활 한 지도 벌써 38년 차다. 그러다 보니 50대가 넘어가며 몸이 힘들어졌다. 그러던 차에 맨발 학교 권택환 교장을 만났다. 2013년이었는데 그때는 권 교장 혼자 맨발 걷기를 실천하고 있을 때다.

맨발로 한번 걸어보라는 권유로 한번 시작해 봤는데 너무 좋더라. 내가 20대 때부터 잘 체하고 소화가 안 되는 체질이라 한 달에 한 번은 한의원을 다녔는데 맨발로 6개월을 걸으니 한의원을 안 가도 되더라. 그때부터 이 좋은 걸 전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카톡 방을 운영하며 많은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건강한 맨발 문화를 만들어갔다.

회원들 사례를 말하자면 불면증, 소화불량, 혈압 당뇨, 고지혈증, 지방간이 개선 됐고 티눈과 무좀이 없어졌다. 체중감량과 체력 향상에도 효과를 보이며 피부도 좋아졌다. 무엇보다도 마음이 행복해지고 너그러워 졌다고 하는 분들이 많아 참 기쁘다.

-2013년 당시엔 맨발 걷기가 활성화 안 돼 있어서 놀라는 사람도 많았겠다,

▶아휴 말도 마라. 맨발로 산에 올랐더니 "꽃도 안 달았는데 왜 저러냐"라는 말도 들었다. "신발을 잃어버렸나" "집에서 쫓겨났냐"는 말도 들었다. 지금이야 맨발걷기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그런 오해를 받는 일은 없다.

-그렇다면 대구경북에 추천해 줄 만한 맨발걷기 명소가 있는가.

▶맨발 열풍이 불며 전국에 명소가 참 많다. 대구는 앞산, 수성못, 수목원, 학산공원 등이 있고 경북엔 가산수피아 황톳길이 잘 돼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건 매일 이곳을 못 간다는 것이다. 제일 좋은 맨발장은 내 집하고 가까운 운동장이나 공원이다. 꾸준한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날 쌓인 독소들은 그날 그날 빼버려야 한다.

-요즘엔 운동장 개방이 잘 안되어 있지 않나

▶코로나가 지나고 학교가 운동장 개방을 잘 안 한다. 그래서 우리 맨발걷기 학생들은 개방해 주는 학교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 이건 학교 뿐만이 아니다. 맨발로 걸을 수 있는 모든 자연에 감사하다. 그래서 맨발 걷기를 할 때 풀도 뽑고 물도 잠그고 휴지도 줍고 보답한다는 마음으로 임한다.

맨발학교 김은정 교감.
맨발학교 김은정 교감.

-자연에 보답하는 마음이 참 아름답다. 맨발을 하면서 주의해야 할 점은 없나

▶겨울에 맨발 걷기를 할 때는 옷을 따뜻하게 입어야 한다. 그리고 갑자기 너무 뜨거운 물로 발을 안 씻으면 된다. 당뇨 환자들은 걸을 때 뭐에 찔리면 안 되기 때문에 안전한 운동장 걷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처음부터 무리하면 안 된다. 시간을 차츰 늘려가며 자신의 몸에 맞는 맨발 걷기를 해야 한다. 맨발학교에 입학을 안 하고 혼자 걸어도 되지만 웬만하면 제대로 된 맨발 운동법을 숙지하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교에 입학해야 제대로 된 맨발 교육을 받겠다. 학교 생활에 또 다른 좋은 점은 뭔가.

▶맨발로 걷는 친구들이 많이 생긴다는 점이 아닐까. 우리 학생들 사이에 단톡방이 있는데 맨발 걷기를 하며 매일 인증샷을 보낸다. 특히 학생들은 100일 채울 때, 그리고 1000일 채울 때 눈물을 흘린다. 몸 건강도 몸 건강인데 마음 건강에도 참 좋다. 성취감도 있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100일, 1000일 걸으면 상품도 있나.
▶물론이다. 100일에는 상장. 1000일에는 황금배지, 2000일이면 조금 더 큰 배지, 3000일이 되면 황금나비 모양 배지를 달아 준다.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는 3,000일의 맨발걷기로 애벌레가 껍질을 벗고 황금나비가 되었다는 의미를 담았다. 아까 말씀드렸지만 우리 맨발 학교는 학비가 없지 않으냐. 이런 운영비들은 다 교장선생님과 교감이 충당한다. (웃음) 하지만 아깝지 않다. 사람들 하나하나 살리는 기분이다. 너무 뿌듯하다.

동대구초 학생들도 맨발걷기를 좋아한다. 선생님과 그리고 친구들과 손 잡고 맨발 걷기를 하는 학생들.
동대구초 학생들도 맨발걷기를 좋아한다. 선생님과 그리고 친구들과 손 잡고 맨발 걷기를 하는 학생들.

-교사로서의 김 교감님의 모습도 궁금하다. 아이들에게도 맨발걷기 추천하는가

▶흔히들 지덕체 교육이라고 많이 말하지 않는가. 참된 교육을 위해서는 지(智), 덕(德), 체(體)가 조화롭게 이루어저야 하는 것인데 무엇보다도 체(體) 교육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아이들은 체력과 면역력이 우선이다. 그래야 정서도 좋아지고 공부도 잘하게 된다.

학교 생활이 힘든 아이들이 있으면 운동장으로 나가 햇빛을 보고 같이 맨발로 걷거나 뛰기도 한다. 처음에는 화가 가득하던 아이들도 감정이 가라앉고 편안해진다. 몸이 건강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 이 상황에서 공부를 하면? 금상첨화다.

-아이들과 매번 걸으셔서 그런가. 학생들이 교감선생님께 스스럼이 없더라. 인기 좋은 선생님이신 것 같다. 학생들과 함께 만든 '다품 맨발 합창단'도 재밌게 봤다.

▶교직생활을 하다 보면 많은 아이들을 만나게 되는데, 특히 학교생활 적응이 어렵거나 친구나 선생님 부모님과의 관계가 어려운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이런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줄까 고민했다. 자신 만의 예쁜 꽃을 피울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하게 돕고 싶었다. 그래서 모든 아이들을 다~품는 다품 맨발 합창단을 7년 전에 만들었다.

이것은 전국에 유일무이하다. 몸의 건강은 맨발 걷기로, 마음의 건강은 노래로 하며 행복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맨발로 운동장을 걷거나 뛰고 난 후에 음악실로 가서 노래를 부른다. 맨발 걷기로 호흡이 깊어져 노래에도 도움이 된다. 이 아이들이 성장하고 밝아지는 모습을 보게 될 때 참 보람된다.

맨발로 걷는 모임에 왜 '학교'가 붙었는지 처음에는 의아했다. 하지만 김 교감과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알겠더라. 맨발로 걷다 보면 내 몸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자연을 아끼는 마음을 배우게 된다는 것을. 그리고 그제서야 맨발로 걷는 이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맹추위에 발은 빨개 졌지만 하하호호 온기가 가득한 저마다의 얼굴. 기자도 다가오는 주말에는 신발을 벗어 던져 보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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