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검사 '불합격' 고층 아파트 승강기 불법 운행…입주민 안전 우려

20~23층 고층 아파트 22대 승강기 중 10대 입주민 불편 고려 불법 운행중

경산시 정평동 H아파트단지 승강기가 안전검사에서 '불합격'을 받아 25일부터 행정안전부장관으로부터 '운행금지' 통보를 받고 안내문을 부착하고도 불법 운행을 계속하고 있다. 김진만 기자

승강기 안전검사에서 '불합격'을 받은 경북 경산시 정평동 H아파트(매일신문 1월 16일 보도)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가 불법인줄 알면서도 입주민들의 극심한 불편을 고려해 승강기 운행을 강행하고 있다.

1996년 입주 이후 20~23층 10개동에 973가구 3천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이 아파트는 지난 25일 자로 승강기 22대에 대한 '운행금지' 통보를 받았다. 승강기 앞에는 '승강기 안전관리법에 따라 승강기 설치 검사를 받지 않았거나 또는 안전검사에 불합격 했으므로 설치검사 또는 안전검사에 합격할 때까지 운행을 중지해야 한다.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앞서 이 아파트 승강기는 지난해 9월 25일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의 정밀안전검사에서 올해 1월 24일까지 추가 안전장치 설치하라는 '조건부 합격'을 받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아 운행중단될 처지에 놓였다.

승강기 안전검사에서 불합격돼 운행금지 통보를 받은 경산시 정평동 H아파트단지의 승강기 교체공사가 진행중이다. 김진만 기자

이 아파트는 현재 승강기 운행금지 통보에도 불구, 22대의 승강기 중 10대를 운행하고 있다. 나머지 12대는 지난 25일부터 승강기 교체 공사에 들어가 운행하지 않고 있다. 현재 불법 운행 중인 10대의 승강기는 2차분 교체 공사때(2월 20일~3월 19일) 운행을 멈춘다.

관리사무소 측은 "아파트 입주민 3천여 명 가운데 노인과 어린이, 환자 등 계단을 이용해 오르내리는데 무리이거나 불편한 사람이 1천명 가까이나 된다"며 "불법인줄 알면서도 1개 동에 1~2대씩 10대 승강기는 운행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같은 동이지만 가령 1,2호 라인의 승강기는 교체공사로 운행할 수 없음에 따라 입주민들이 운행중인 옆 3,4호 라인 승강기를 이용해 이동할 수 있도록 옥상을 개방해 임시통로를 만들었지만 주민들의 안전이 우려되고 있다.

경산시 정평동 H아파트가 25일부터 행정안전부장관으로부터 '운행금지' 통보를 받은 후 일부 라인 승강기는 계속 불법운행을 하면서 옆 라인 주민들이 다른 승강기를 이용할 수 있게 옥상에 임시통로를 만들었다. 김진만 기자

입주민들은 "왜 이같은 승강기 불법 운행 사태가 발생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갑자기 안전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 질 것인가. 당장 뾰족한 대안이 없어 무사히 잘 지나가기만 바랄 뿐"이라며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