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고향 대구의 수출 변화와 위상

권오영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본부장

권오영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본부장
권오영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본부장

고향 대구로 다시 돌아왔다. 대학 졸업 후 대구를 떠났다가 실무자로 발령받아 4년 정도 대구에서 생활했다. 올해 초 지역 본부장으로 발령받아 3년의 시간을 다시 대구에서 보낼 수 있게 됐다.

내가 자란 곳은 대구 안심이다. 그곳에서도 높이 솟은 초례봉 아래 동골과 서골(행정구역상 동내동과 신서동)이라는 작은 마을이다. 지명에서 느낄 수 있듯 대문을 나서면 논과 밭이 펼쳐져 있고 계곡에서 흘러내린 개천도 있었다. 무더운 여름에는 자전거로 길게 뻗은 섬유공장 외곽 길을 한참 달려 금호강변에서 조개를 잡기도 했다. 중학교 때는 버스비를 아껴 보겠다고 염색공장들 사잇길로 1시간여를 자전거로 달려 통학하기도 했다.

그랬던 내 고향이 사라진 지도 벌써 오래다. 10여 년 전 혁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살았던 집 앞마당에는 공공기관들이 들어섰고, 놀이터였던 논과 밭에는 각양각색으로 디자인된 건물들이 차지하고 있다. 한쪽에 세워진 고향박물관에 가야만 겨우 몇 장의 사진으로 남겨진 고향을 볼 수 있다.

대구는 너무도 빠르게 변했다. 논과 밭, 계곡이었던 곳이 혁신도시로 탈바꿈하면서 메케한 냄새를 만들어 내던 섬유공장과 염색공장은 더는 볼 수 없다. 하얀 빨래에 검은 먼지를 묻어 내던 저탄장도 없어진 지 오래다. 이제 그곳에는 이차전지 장비와 의료기기 등을 만들어 수출하는 기업들이 대신하고 있다.

무역통계를 활용해 대구 수출을 분석해 보면 대구 산업구조의 빠른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지역 전통산업이었던 섬유는 2009년까지 줄곧 1위 수출 품목이었다. 무역통계로 확인 가능한 가장 오래전 시점인 2000년도의 섬유류 수출은 지역 전체 수출의 절반 이상까지 차지했다. 2010년을 기점으로 자동차부품 수출이 1위로 등극해 무려 11년 동안 전체 수출의 15% 내외의 비중을 차지하며 대구 수출을 책임졌다. 2022년에는 이차전지 소재인 정밀화학원료가 높은 수출 성장률을 보이며 수출 품목 1위를 차지했고 지난해에도 지역 수출의 성장을 견인했다. 지난해 정밀화학원료 수출은 지역 전체 수출에서 무려 31%의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차전지 장비와 의료용기기 또한 최근 높은 수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섬유와 자동차부품 수출도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 주는 양상이다.

다른 무역통계 지표에서도 대구 수출의 변화와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수출 금액은 2000년 28억달러에서 지난해 110억달러로 약 4배 정도 증가했으며 수출 국가는 160개국에서 174개국으로, 수출 품목(HS Code 10단위 기준) 또한 2천106개에서 3천47개 품목으로 무려 941개나 늘어났다.

대구 수출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했다. 한때 1.07%에 불과했던 수출 비중은 2010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1.74%까지 상승했다. 특히 지난해 대구 수출은 2년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2022년 106억달러에 이어 지난해는 전년 대비 3.5% 증가한 110억달러의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 지자체 수출 증가율로는 2022년 1위(+34.1%)에 이어 지난해는 2위를 기록한 것이다.

대구 수출에 대한 전망도 밝다.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이차전지 광물가격의 반등 여부 등 여러 변수가 있지만 글로벌 교역량 증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올해 대구 수출은 120억달러 내외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대구시가 추진하고 있는 5대 신산업 중심의 산업구조 개혁과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은 대구를 첨단산업 수출 도시로 변모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3년 임기를 마치는 2026년에는 '대구 200억달러 수출 달성'이라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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