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현장] 2차종합병원들의 눈물 짙은 호소

"우리 병원도 실력 좋은 의사들이 정말 많아요. 시민들이 이런 점을 꼭 알면 좋겠어요."

대구의 2차 종합병원 부족 현상을 취재하면서 만난 종합병원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호소했다. 그들 모두 병원을 운영하면서 한 명의 환자라도 더 치료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커 보였다.

기자가 만난 종합병원 원장들과 관계자들은 병원 자체의 역량을 강화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한 종합병원은 최근 외과 의료진을 다양한 곳에서 영입하고, 건물을 신축하면서 헬리패드까지 만드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해 주목을 받고 있다.

그 나름 굉장히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그만큼 성과도 내고 있다고 자부하는 이 병원 원장은 현재 의료 환경에서 2차 종합병원이 살아남는다는 자체가 굉장히 힘든 일이라고 토로했다.

"맹장염으로 환자 한 명이 병원에 실려왔다고 칩시다. 이 환자를 수술하는 데 필요한 인력이 몇 명일 것 같습니까? 응급의학과 의사, CT나 MRI 촬영으로 진단해야 하는 영상의학과 의사, 수술 집도해야 하는 외과의사, 집도의 보조하는 의사, 마취과 의사까지 5명은 기본적으로 붙어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병원에선 이 정도 숫자의 의사를 구할 수도, 유지할 수도 없어요. 이게 현실입니다."

투자 비용도 많이 들고, 의사 수급도 너무 힘든 현실이지만 이들이 굳이 종합병원을 만든 이유는 의사로서 사회에 이바지하고 싶은 사명감 때문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종합병원 원장은 "주변에 종합병원이 없어서 주민들이 매우 힘들어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그런데 내가 종합병원을 열면서 응급환자들을 빠르게 치료하고, 우리 병원에서 치료가 안 되면 다른 병원으로 보내야 된다는 판단도 원활하게 이뤄졌다"면서 "그런 환자들을 볼 때마다 소규모 종합병원이라도 있어야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관련 보도가 나간 뒤 대부분의 반응은 "너무 침소봉대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대구의 의료 인력 규모가 부족하지 않고, 상급종합병원이 5곳이나 되니 의료 기반이 훌륭하다고 느끼는 시민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응급 상황이나 중증 질환자의 치료라는 시각으로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대구의 의료 기반이 넉넉했다면 응급실을 찾아 헤매다 목숨을 잃는 '응급실 뺑뺑이'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어야 한다.

지금도 상급종합병원 주차장은 환자들 차량으로 가득 차 있다. 대지면적 9만5천여㎡에 대구경북지역암센터를 운영하는 칠곡경북대병원의 주차장도 늘 만원이다.

칠곡경북대병원을 찾은 그 많은 사람들이 암환자는 아닐 텐데 내원객의 차량이 넘쳐 주차장 옆 인도까지 점령하는 실정이다. 힘들게 찾아와서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고 간다면 억울하지 않을까? 2차 종합병원의 의료 역량이 절대 부족한 게 아님에도 벌어지는 현상이다.

지난 25일 보건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이 판단했을 때 중증도가 낮은 환자는 2차 병원으로 돌려보내는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서울병원, 인하대병원, 울산대병원이 참여한 상황인데 시범 사업을 거쳐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될 것이다. 만약 내원 환자가 중증도가 낮아 2차 병원으로 보내야 할 때 환자를 받아줄 2차 종합병원이 없다면 환자도 병원도 난감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시범 사업을 확대하기 전에 의료전달체계의 허리를 맡고 있는 2차 종합병원의 활성화를 선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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