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도체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 대만, 일본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을 상대로 한 반도체 패권 다툼에서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정부와 민간의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수도권 일극주의에 매몰된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은 시대정신에 맞지 않다. 수도권에 치우친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은 '산업과 인구의 분산'이라는 국정 기조(국가균형발전)에서 크게 벗어난다.
구미시는 구미 반도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에 대한 1조원대 국비 사업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구미시는 반도체 미니 팹(9천억원)과 반도체 연구개발 시설(3천억원) 구축 등 1조2천억원 규모 사업 지원 및 관련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산업통상자원부에 건의했다. 이는 지난 15일 수도권 반도체 메가클러스터에 대규모 투자 지원을 약속한 정부 발표의 대응 전략이다. 정부가 수도권 투자를 발표하면서, 비수도권 특화단지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서다.
정부는 2027년까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9천억원 규모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테스트베드를 설치하고, 반도체 생산 라인(팹·FAB)이 없는 반도체 설계업체가 개발한 칩 성능을 시험하는 검증지원센터를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경기 남부권 반도체 메가클러스터에 올해부터 2047년까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622조원 규모의 민간 투자를 통해 16개 팹을 신설한다는 발표도 했다. 이렇게 정부·민간의 투자가 수도권에 쏠리면 구미 반도체 특화단지는 이름뿐인 특화단지로 전락하게 된다.
구미 반도체 특화단지는 미니 팹과 연구개발 시설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 수도권에는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의 투자가 집중되지만, 비수도권은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고비용·장기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중소기업만으론 연구개발이 불가능하다. 구미에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소부장 기반'의 구미 특화단지에도 '완제품 중심'의 수도권에 맞먹는 국비 사업이 지원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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