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가 정부의 생활물가 안정세의 목표물이 됐다. 정부가 '민생경제 1호 정책'으로 농축산물 수입 문턱을 낮춰 물가를 잡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이미 미국, 뉴질랜드와 사과 수입 관련 검역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생활물가 상승 요인을 물량 확보로 제거하겠다는 셈법으로 풀이된다. 전국 사과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경북 지역 사과 재배 농가로서는 답답한 상황이다.
'금사과'라는 말도 무리가 아니다.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대구 지역 후지(상품 기준) 10개 소매가격은 3만원 선에 다가섰다. 개당 3천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정도 높은 가격대다. 코로나19가 덮친 2020년 이전 가격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 미국은 진작부터 사과 시장 개방을 압박해 온 터다. 정부도 시장 개방의 대내외적 요건이 무르익은 것으로 여겼을 만하다.
그러나 사과 가격 폭등을 생산량 감소에서 온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전국 사과 생산량은 전년 대비 30%가량 줄었다. 자연재해의 영향이 컸다. 경북도 내 사과 재배 농가의 경우 지난해 봄부터 서리, 냉해, 우박 피해를 줄줄이 겪었고 여름철 유례없는 폭우와 폭염에 당했다. 사과 시장 개방을 저울질하고 있는 정부의 계획 앞에 과수농가들이 '정부가 앞장서 수입에 나서는 건 사과 농가 죽이기'라고 극렬히 반발하는 까닭이다.
일정 정도 시장 개방은 검토될 만하다. 우리 농산물도 해외로 수출되는 세상이다. 더구나 생활물가가 치솟는 것을 뻔히 보고 있는 것도 정상적이지 않다. 다만 수입에 의존한 단기 수급 정책이 국내 생산 기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생산성 낮은 우리 농가들의 생산 포기가 속출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과수농가의 절멸을 막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과가 경쟁력을 갖췄는지도 자문해야 한다. 해외산 일부 품종은 관세가 철폐된 마당이다. 프리미엄 사과로 맞서면 된다지만 다양한 종류의 해외산 공세에 경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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