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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 경제인을 만나다] <39> 곽수현 한국시설안전협회장 "SOC 시설 유지·관리 선도…'K-안전' 수출 앞장"

시설 안전 유일 법정단체‧대구경북지회 창립 눈앞

곽수현 한국시설안전협회 회장이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K-세이프티(Safety‧안전) 수출 구상을 들려주고 있다. 이무성 객원기자
곽수현 한국시설안전협회 회장이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K-세이프티(Safety‧안전) 수출 구상을 들려주고 있다. 이무성 객원기자

손흥민을 다른 수식어 없이 '프로 축구선수'라는 보통명사로 부르면 되듯 여기 '안전 전문가'라고 하면 그만인 인물이 있다. 주인공은 곽수현 한국시설안전협회 회장. 그에게는 협회 회장뿐 아니라 회사 대표와 연구소 회장‧국가R&D평가위원‧사외이사‧기술사 같은 숱한 직함이 있지만 안전 전문이라는 단어 하나로 평생의 업(業)과 철학‧비전을 설명할 수 있는 안전 분야 최고의 전문가다. 구체적으로 규정하자면 시설안전 전문가라고 하겠다. 법정 단체인 시설안전협회를 이끌며 안전 지킴이로서 헌신해온 곽 회장은 "SOC 시설물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다"며 "체계적이고 과학적이며 효율적인 유지관리 체계로 적기에 대처하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안전관리 시스템을 해외에 수출하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국민을 향해선 "시설물의 선제적 관리를 서두르지 않는다면 부담을 미래세대가 지게 된다"며 안전 분야의 참여와 이해, 적극적인 지지를 당부했다.

-협회를 소개해 달라.

▶건설공사의 안전관리와 공용 중인 시설물의 안전진단·계측, 보수‧보강설계 및 유지관리기술 개발 등으로 공공의 안전과 국민 복리에 기여하자는 모임이다. 회원 상호 간의 친목과 권익 보호는 기본이다. 시설 안전과 관련해 국토교통부 산하 유일한 법정 단체다. 성수대교 붕괴 이듬해인 1995년 첫 발을 뗀 시설물안전진단협회가 뿌리다.

-법정 단체로서 책임이 클 듯하다. 활동 방향은?

▶현재 우리나라는 '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시특법)에 따라 대형교량과 터널‧빌딩 등 주요시설물 약 16만개를 1‧2‧3종으로 구분해 관리주체별로 안전점검과 안전진단 실시가 의무화 돼 있다. 또 지난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 경영자의 안전 분야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SOC시설물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다. 제 때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으면 언젠가 막대한 보수·보강 비용이나 안전비용을 치룰 수밖에 없다. 시설 안전의 한 축으로서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안전 분야 국민 홍보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는 곽수현 회장. 이무성 객원기자
안전 분야 국민 홍보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는 곽수현 회장. 이무성 객원기자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협회가 법정 단체인 만큼 앞으로 정기 안전점검이나 초기 점검 같은 건설 안전과 시설물 안전(정밀 점검‧정밀 안전진단‧내진 성능평가)의 실적 관리‧기술자 양성교육을 발빠르게 하겠다. 또 안전 진단장비 인증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점검하고, 진단 기술자의 전문가 양성에 만전을 기하겠다. 아울러 국토안전관리원과 관련 공단 및 공기업, 여러 협회‧학회와 협약서를 체결해 관련 업무 분야에서 협업하고 있다.

-협업이라는 부분이 눈에 들어오는 데.

▶2018년부터 말해 보겠다. 그 해만 한국시설공단(국토안전관리원)과 한국건설안전환경실천연합‧교육시설재난 공제회와 협약을 맺었다. 그리고 지난해까지 서울시 교육청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한국건설기술인협회‧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건축성능원‧조달청 같은 주요 공공기관과 손을 잡았다. 안전 진단을 대행하기도 하고, 교육을 제공 받으면서 서로 상생하고 발전을 모색한다.

-지속가능한 사회기반시설 유지관리를 위한 선도적 역할을 강조해왔다. 실천 방안과 더불어 제언은?

▶교량이나 터널‧빌딩에서 보듯 소‧중‧대형 구조물은 나이가 들면 병이 난다. 사람도 예방적 건강 관리로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하듯 SOC시설물 역시 합리적인 유지·관리가 중요하다. 규칙적인 점검‧진단으로 위험도를 판단한 뒤 예산을 들여 제대로 보수해야 한다. 시특법 시행 28년이 지나 청년기를 맞았고 2018년 12월 제정된 '지속가능한 기반시설 관리 기본법'에 의거해 성능 개선을 위한 사용성‧경제성 등을 추가로 평가하는 시스템이 완성됐다. 다만, 현재 직면한 안전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중‧장기적인 안전투자비용과 성능관리 관점에 방점을 둬야 한다. 관리체계를 일원화하고, 효율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사전예방이 가능하도록 선제적 투자개념으로의 전환이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각 부처로 나뉘어 있는 콘트럴 타워 일원화가 필요하다.

곽 회장은 "국민 안전 분야는 중앙정부의 정책만으로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며 "지방자치단체‧기업‧근로자‧모든 국민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일상에서 가꾸어 나가기 위한 비용을 지불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국민의 시설안전 의식 고취를 위해선 홍보를 체계적으로 이어가야 최적의 관리로 미래의 막대한 경제적‧사회적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에서도 사고는 부지기수로 터진다"며 "우리나라 안전관리 시스템이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동남아 등 해외에 수출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문가로서 K-세이프티(안전) 긍지와 자부심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어려움은 없나.

▶시설안전교육원을 신설해 기술자 양성과 함께 전문기술자를 위한 재교육이 절실하다. 시설물 유지관리 중요성이 커지면서 안전 관련 기술자 수요가 폭발했지만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대학 교육과정에 안전진단을 가르치는 곳이 한 군데가 없고, 대학원 과정도 우리 협회와 MOU를 맺은 명지대학교 대학원 스마트사회인프라유지관리학과 한 곳뿐이다.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발품을 파는 일이 절대시 되는 데 3D 업종이라고 외면 받고 있어 안타깝다.

인천검단신도시 신축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사진 맨왼쪽) 주재로 뜨거운 관심 속에 지난해 8월 한국시설안전협회 사무실에서 열린 무량판 민간아파트 전수조사 관련 점검회의 모습. 시설안전협회 제공
인천검단신도시 신축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사진 맨왼쪽) 주재로 뜨거운 관심 속에 지난해 8월 한국시설안전협회 사무실에서 열린 무량판 민간아파트 전수조사 관련 점검회의 모습. 시설안전협회 제공

-협회를 이끌며 기억나는 일이 많겠다.

▶지난해 4월 인천검단신도시 신축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를 계기로 그해 8월 원희룡 당시 국토부장관 주재로 협회에서 국토안전관리원이 참여한 점검회의를 하고, 전국 민간아파트 무량판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협회 회원사 68개 기관이 힘을 합쳐 전국 288개 단지를 꼼꼼하고 철저하게 들여다 봤다. 다행히 전체 단지에서 전단보강 철근의 누락이 발견되지 않았다. 참, 다행스런 일이었다.

-사업영역 확대를 위한 복안은?

▶국민의 시설안전 의식 고취를 위해 '시설안전의 날'을 제정해 민간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사회공헌 활동을 병행할 계획이다. 중앙부처와 지자체 사이의 안전관리 체계 일원화로 효율성을 높이고, 우리나라 안전관리 시스템을 해외에 수출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또 AI를 비롯한 스마트 장비 등 국내외에서 개발된 기술을 적용해 안전진단 기술을 고도화하겠다. 산적한 여러 현안 해결을 위해 아직 갈 길이 멀다.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건강의 소중함은 건강할 때는 잘 모른다. 병이 생긴 뒤에 나으려면 그만큼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든다. 우리나라 시설물의 상태가 급격히 노후화 돼 가는 건 국민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거다. 지금 당장 선제적 관리를 서두르지 않는다면 그 부담은 미래세대가 져야 한다. 국가와 지자체 공공기관‧기업‧근로자‧국민 모두의 참여와 이해, 그리고 적극적인 지지를 부탁드린다.

-고향의 젊은이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발신해 달라.

▶제 분야를 중심으로 말하자면 엔지니어로서 사명감을 갖고 현장에서 익히고 몸으로 부딪히며 체득해 나갔으면 한다. 도(道)를 닦듯 꾸준히 배워나가다 보면 성공하지 않을까. 다른 분야라고 해서 다르지 않을 거다.

◆곽수현 회장 누구

곽수현 회장은
곽수현 회장은 "법정단체로서 앞으로 정기 안전점검이나 초기 점검 같은 건설 안전과 시설물안전의 실적 관리‧기술자 양성교육 등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무성 객원기자

고향사랑이 깊은 대구 토박이다. 영남고와 경북대 농공학과를 졸업했다. 한양대 토목공학과(석사·토질 기초 전공)‧핀란드 헬싱키 경영대학원 MBA를 마친 학구파다. 1979년 대림산업에서 엔지니어로서의 인생 첫 막을 열었고, ㈜대동 기술본부장 등을 거쳐 1999년 지에스씨개발엔지니어링을 창업해 대표이사로 있다. 친환경발전기를 연구하는 에스이엠피연구소 회장으로도 활약 중이다. 국토부 건설신기술 심사위원에서부터 한국전력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및 한국원자력환경복원연구원 사외이사에 이르기까지 대외 활동 이력은 나열하기 숨찰 정도다.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 매일 아침 1시간 넘게 단전호흡을 한 지 20년이 넘었고, 협회와 회사 사무실 계단은 꼭 걸어올라 하루 1만보를 넘긴다.

달성군 향우회와 동문 모임에 열성이다. 그는 "밥 잘 사주는 선배"로 불린다. 곽 회장은 "현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지갑을 열면 와이프에게 혼날 테니까…"라며 웃었다. 은퇴하면 낙향하는 게 꿈이다. 대구경북을 위해 제도가 미비한 점이 있다면 같이 연구하며 무언가 도움을 주고 싶고, 기회가 되는대로 재능기부를 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시설안전협회는 오는 2월 하순 정기총회를 거쳐 지회로선 두 번째로 대구경북지회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는 데 그로서는 보람이 적지 않을 터다. 2023년 대한민국 건설환경기술 대상과 국토부 장관 표창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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