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최대 전통시장 서문시장의 신임 상가연합회장으로 취임한 박종호(50) 회장은 최근 온라인 마켓 활성화 추세에 발맞춰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박 신임 회장은 지난 8일 취임한 후 한달 가까이 서문시장 1지구, 2지구, 4지구, 5지구, 동산상가, 건해산물상가 등 총 6개 지구를 샅샅히 돌아보며 서문시장 발전을 위한 목표 설정에 나섰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박 회장은 25년 가까이 서문시장에 몸 담았다. 졸업 후 서울 소재 회사에 취업했지만 IMF 시기와 맞물리는 등 상황이 여의치 않자 40여 년 넘게 서문시장에서 장사를 한 부모님의 뒤를 잇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1999년부터 가정용 카펫과 침구류 등을 판매하는 '디케이데코앤제니'를 운영해오고 있다.
박 회장의 열의는 사업장을 이끌던 시절부터 남달랐다. 그는 매년 대형 섬유전시회가 열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프랑스 파리를 찾았다. 전 세계적인 가정용 직물과 패션에 관한 직물 박람회가 매년 열리기 때문이었다.
외국 디자이너에게 원단과 소품들을 직접 수입해 봉제는 국내 업체에 맡기는 방식으로 수입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유통했던 박 회장의 사업은 승승장구했다. 당시 서문시장에서는 수입산 고급 제품을 팔지 않았던 탓에 그의 매장은 항상 붐볐다.
사업 수완이 좋던 박 회장이 상인들의 인정을 받게 된 건 12년 전 동산상가 1층의 번영회장을 맡게 되면서부터다. 동산상가는 각 층마다 200여 개의 매장이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그 중 1층은 관리가 가장 까다로운 층으로 유명했다고 그는 증언했다.
박 회장은 "1층 상가 특성상 내외부를 같이 쓰는 바깥 점포가 많은데 그 분들이 사용하는 외부 땅은 엄연한 공유지분임에도 재산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상인들의 화합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은 바깥 부지가 공유지라는 것을 명확하게 일 뿐이라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는 "바깥 점포의 땅은 전체 소유이며 공공 목적의 사용을 요청할 시에는 땅을 내줘야 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법적 다툼도 불사하며 강경하게 나갔다"며 "그것이 상인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리더십을 인정 받은 박 회장은 2022년부터 2년간 동산상가번영회 회장과 연합회 부회장직을 역임했다.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행사에 최초로 대통령 내외를 초대했고 큰장가요제 기획, 한국폴리텍대학 영남융합기술캠퍼스와 업무 협약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서문시장의 발전과 활성화에 힘썼다.
박 회장은 상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부터 시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동산상가 1층 회장을 맡을 때부터 매장에 함께 모여 다른 상인들의 이야기를 청취하곤 했다"며 "다양한 의견이 반영될 때 가장 합리적인 결론이 나온다는 믿음으로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회장의 임기는 2년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서문시장의 당면 과제인 주차 공간 문제, 시설 현대화 사업 등 각종 문제를 조금씩 해소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박 회장은 "도시철도 3호선 서문시장 역사를 넓히는 사업뿐만 아니라 동산병원 특성화병원 지정 등 서문시장을 찾는 고객의 편의를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박 회장이 꾸려나갈 서문시장 미래 모습은 '온라인화'다. 그는 "현재는 유통망이 쿠팡이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 모두 온라인 위주로 재편됐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함께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 전통시장이 당면한 현실"이라고 밝혔다.
상인들의 온라인 교육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정부에서 디지털 육성 지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사업에 지원하려고 해도 나이드신 상인분들은 겁이 나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 현주소"라며 "상인들이 온라인에 친숙해 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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