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홀딩스 CEO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가 포스코그룹을 이끌 차기 회장 후보군 6명을 31일 공개했다.
포스코그룹은 이날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8차 회의를 열고 앞서 12명으로 압축한 후보군을 6명으로 추려 '파이널리스트'를 발표했다.
명단선정은 공정성 시비로 사외이사가 전원 교체된 KT사태 때문인지 예상보다 심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내부인사 가운데 김지용(62) 포스코홀딩스 사장이 유일하게 현직을 달고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 사장은 2018년 포스코 PT.KP 법인장, 2021년 포스코 광양제철소장, 2022년 포스코 안전환경본부장, 2023년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장 등을 지냈다. 포스코그룹의 연구·개발(R&D) 전략과 기술개발을 주도하고 있으며 그룹 최고기술경영자(CTO)로서 2차전지 소재·인공지능(AI)·수소 분야의 핵심기술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등 그룹의 미래 성장 사업 발굴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
외부인사로는 포스코를 거쳐간 전직임원(0B)인 장인화(69) 전 포스코 사장과 전중선(62)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이 후보군에 포함됐다.
장 전 사장은 연구소, 신사업, 재무, 철강 마케팅 등을 두루 경험한 포스코의 기술·투자 전문가로 정평 나 있다. 1988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에 입사해 RIST 강구조연구소장(2009년), 포스코 성장투자부문 신사업실장(2011년), 포스코 재무투자본부 신사업관리실장, 포스코 철강사업본부 철강솔루션마케팅실장 등을 거쳤다. 목조주택의 구조재를 철강으로 대체한 스틸하우스, 벤처기업의 요람인 아이디어 마켓플레이스, 저장탱크용 강재, 고효율 용접 기술개발 등이 그의 손에서 태어났다.
전 전 사장은 포스코의 지주사 전환을 주도했다. 최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며 '재무·전략' 통으로 알려져 있다. 지주사 체제에서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경영전략팀장을 맡은 바 있다. 1987년 포스코 입사 후 원료구매실장, 경영전략실장, 전략기획본부장, 글로벌인프라부문장을 거쳤다.
권영수(67) 전 LG에너지솔류션 부회장과 김동섭(67) 한국석유공사 사장, 우유철(66) 전 현대제철 부회장이 외부 인사로 후보에 올랐다.
포스코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미래사업을 효과적으로 지휘할 수 있다는 기대가 이들의 이름을 포함시킨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철강을 넘어 2차전지 등 미래 소재 기업으로 변신한 포스코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변화와 혁신이라는 것도 외부인사가 최종 후보가 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권영수 전 부회장은 44년간 LG그룹에 근무한 '정통 LG맨'이다. 1979년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해 45세에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에 선임됐다. 2006년 LG전자 사장을 시작으로 LG에너지솔루션까지 17년간 LG그룹의 주력 사업을 이끌었다. LG디스플레이 최고경영자 시기에는 네 분기 연속 적자이던 회사를 세계 1위로 키웠고, LG에너지솔루션 전신인 LG화학 전지사업본부 본부장때는 차량용 배터리 분야 글로벌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김동섭 사장은 석유메이저 쉘에서 20년간 근무하고 SK이노베이션 기술원장 등을 역임한 석유산업 전문가다. 이후 울산과학기술원 정보바이오융합대학장을 역임했다. 고향이 포항이어서 포스코 본사가 자리한 지역에서 호감도 높다. 포스코 등 철강회사가 추진하고 있는 탄소중립 흐름에 대한 이해가 매우 높다. 석유공사 사장에 취임하면서부터 석유공사의 자원개발 분야 장점을 활용해 CCS(이산화탄소 포집·저장), CCU(이산화탄소 포집 활용), 신재생에너지 등 신성장동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유철 전 부회장은 1983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2002년 현대모비스 우주사업부문 응용기술연구부 이사를 맡았다. 2003년 1월 현대모비스 이사로 승진하며 연구개발 및 우주사업부문 선행기술개발부 를 담당했다. 2004년 8월 현대로템 전무로 승진해 한보철강 인수 관련 태스크포스팀을 이끌었다. 2009년 3월 현대제철 제철사업총괄 사장으로 승진했다. 당진제철소장을 거쳐 현대제철 부회장, 대표이사를 지냈다. 이름 우유철을 따 별명이 '밀크스틸'일 정도로 철강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을 갖췄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4대 김만제 회장을 제외하고 내부인사가 포스코그룹을 이끌었던 만큼 조직 안정과 불확실한 업황을 감안해서라도 현직 혹은 전직 포스코맨이 수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2018년 차기 회장 선출 당시 후추위는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을 비롯해 ▷김영상 포스코대우 사장 ▷김진일 포스코 철강생산본부장 ▷오인환 포스코 철강1부문장 ▷장인화 포스코 철강2부문장 등 포스코 출신 5명을 최종 후보로 내세운 바 있다.
다만 파이널리스트에 포함된 내부 인사 가운데 사외이사들과 함께 캐나다에서 '초호와 이사회'를 함께 해 경찰로부터 배임 혐의로 수사 받고 있는 인사가 있는 것으로 전해져 이번 인선과정의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후추위 전원에 해당하는 7명의 사외이사들과 초호화 이사회 등을 통해 연결고리를 만든 뒤 회장 선임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비난 탓에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지분율 6.71%)에서 견제에 나설 경우 관련 절차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후추위가 차기 회장 선임 절차 완주를 공정하게 마치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호화 이사회' 후폭풍은 좀체 숙지지 않고 있다.
포스코 전직 고위임원은 "사외이사들이 해외 출장에서 사규를 벗어난 규모의 금전적 혜택을 받으며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은 분명 '배임 수재죄'다"면서 "이들이 회장 인선 과정을 밟고 있지만 공정하게 보이지 않는다. 최종 회장 후보가 정해진 뒤 뒷말이 나오지 않으려면 앞서 인선과정부터 모두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역대 포스코 회장 중 가장 많았던 '공대 출신 엔지니어' 그룹과 현 최정우 회장과 같은 '경영·재무통' 그룹 중 어느 쪽이 차기 회장 자리를 꿰찰지도 관심거리다.
3대 정명식 회장(서울대 토목공학과), 5대 유상부 회장(서울대 토목공학과), 6대 이구택 회장(서울대 금속공학과), 7대 정준양 회장(서울대 공업교육학과), 8대 권오준 회장(서울대 금속공학과) 등이 모두 공대 출신이다.
2대 황경로 회장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고, 4대 김만제 회장은 경제기획원 장관 겸 부총리였다.
내부 인사로는 황경로 회장을 제외하면 최정우 회장(부산대 경제학과)이 경영·재무통으로서 그룹을 이끈 첫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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