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대비하자

이춘근(국제정치학자)
이춘근(국제정치학자)

2024년은 세계적으로 선거가 많은 해이지만 세계 정치 경제의 진행 방향과 우리나라의 나아갈 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외국의 선거는 단연코 미국의 대선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지난 1월 15일 아이오와주의 코커스와 1월 23일 열렸던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2024년도 미국 대선전의 개막을 알렸다.

올해 미국 대선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연 백악관을 다시 차지할 수 있을 것인가의 여부다. 미국 역사상 첫 번째 임기를 마친 후 재선에 실패했다가 4년 후 다시 자신을 패배시켰던 현직 대통령을 누르고 백악관을 다시 차지한 경우가 딱 한 번 있었다. 22대 대통령이었던 그로버 클리블랜드(Grover Cleveland)는 4년 임기를 마친 후 1888년 대선에서 벤저민 해리슨(Benjamin Harrison)에게 패배했지만 1892년 대선에서 해리슨을 물리침으로써 24대 대통령이 되었다.

미국은 재선에 성공해서 8년을 연속 재임한 경우 1대로 치지만, 클리블랜드처럼 임기를 한 번 거른 경우 2대로 계산한다. 클리블랜드는 미국의 22대, 24대 대통령인 것이다. 그래서 현재 미국 대통령인 바이든은 46대 대통령이지만 대통령을 역임한 사람은 45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구호에 45-47이라는 두 숫자가 동시에 등장하는데 그 의미는 45대 대통령이었던 트럼프가 다시 당선되어 47대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미다. 트럼프가 다시 당선된다면 미국 대통령은 45명이지만 대수로는 47대가 되는 것이다.

올해 11월 5일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은 대단히 높아 보인다. 거의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현직인 조 바이든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 트럼프는 아이오와 코커스 사상 가장 큰 격차인 2위를 31%포인트(p) 차로 앞서는 역사적인 기록을 세운 후, 곧바로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도 1위를 차지, 1976년 이후 두 곳 모두 1위를 차지한 첫 번째 후보가 되었다.

니키 헤일리 후보는 자신이 주지사를 역임했던 2월 24일 열릴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프라이머리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여론조사 평균치는 트럼프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무려 38% 정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상원 의원 모두인 2명, 7명의 하원 의원 중 5명이 트럼프를 지지했고 사우스캐롤라이나 현직 주지사, 부지사, 검찰총장 등이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헤일리 후보는 2월 24일을 마지막으로 사퇴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 경우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 선거사상 가장 단시간에 후보로 확정되는 사례가 될 것이다.

미국 대통령 중에서 미국 제일주의가 아닌 사람이 있을 수 없겠지만 트럼프는 세계화에 반대하며, 미국의 전통인 고립주의를 지향하고, 동맹국들에게 자신의 몫을 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사람들 중에는 트럼프의 당선이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며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트럼프는 동맹을 우습게 보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방위비 분담금을 더 요구할 것이라며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같은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 한미 관계가 대단히 불안정했었는데 그것을 트럼프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한국 사람들 중에는 트럼프가 본질적으로 동맹관계를 우습게 여기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트럼프 역시 동맹관계를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시 한국의 대통령인 문재인과 트럼프 두 사람 중에서 한미동맹을 진정 우습게 본 사람이 누구인지 따져 보아야 한다.

트럼프는 일본과 찰떡 동맹을 과시했는데 당시 일본의 총리는 아베 신조였다. 두 사람은 마치 형제처럼 가까이 지냈고 미일동맹은 최상급이었다. 트럼프는 독일을 경멸했지만 영국과는 아주 잘 지냈다. 트럼프가 동맹을 우습게 보는 사람이었다면 일본, 영국, 이스라엘 등도 우습게 보아야 했을 것이지만 그러지 않았다. 일본, 영국, 이스라엘은 트럼프와 최상의 관계를 유지했었다.

물론 트럼프는 미국의 노동자 보호를 위해 중국을 심하게 견제할 것이며 그 와중에 우리 경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하기 나름이다. 미국의 경제가 좋아지는 것이 우리에게 나쁠 일은 없을 것이다. 미국의 정치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잘 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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