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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집중" vs "갑질 우려"…경찰 심사승진 확대 놓고 '술렁'

내년부터 2년 간 심사승진 비율 10%p 씩 확대, 시험승진 비율은 그만큼 축소
시험공부 여건 다른 현실 고려, 특정 직무 기피 현상 등도 해소 취지
승진 상급자 주관적 요소 커지고 시스템 신뢰 어렵다는 분위기도
전문가 "변화는 필요하지만 심사 투명성·공정성 제고 방안 나와야"

경찰 자료사진. 매일신문 DB
경찰 자료사진. 매일신문 DB

경찰이 '시험승진' 비율을 줄이고 심사승진 비율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젊은 경찰관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감지된다. 업무보다 시험 공부에만 집중하는 세태 등 시험승진 비율을 낮출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인데, 저연차 경찰을 중심으로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는 시험 승진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찰청은 지난해 8월 '경찰공무원 승진임용 규정'을 일부 개정해 경정 이하 계급 심사승진 비율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시험승진은 축소하기로 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심사승진과 시험승진 비율이 각각 50%로 동등했지만, 심사승진을 점차적으로 확대해 2025년부터 60%, 2026년에는 70%까지 늘리기로 했다.

반대로 시험 승진 비율은 그만큼 축소된다. 이건 일부 직원들이 시험 승진에 몰두하면서 업무를 소홀히 한다는 조직 내부의 불만 여론, 시험공부 여건이 다를 수밖에 없는 직무별 형평성 논란, 시험승진을 통해 계급은 높지만 실무경험은 부족하다는 현장의 목소리 등을 두루 반영한 것이다.

경찰청은 시험승진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심사승진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심사승진은 상급자의 근무성적 평정 등 정성평가가 주를 이뤄서 공정성 시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경찰공무원 승진임용 규정에 따르면, 심사승진 심사 기준은 ▷경험한 직책 ▷승진기록 ▷현 계급에서의 연도별 근무성적 ▷상벌 ·소속 경찰기관의 장의 평가·추천 ▷적성 등이다. 승진심사대상자에 대한 동료 평가 및 민원 평가도 반영할 수 있다.

심사승진에 직속 상사의 주관적 요소가 개입된다는 점에서 저연차 경찰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순경 A씨는 "인사평가권자에게 눈치를 더 보라는 신호로 밖에 안 보인다. 주변 동료들이 인정할 정도로 일은 잘했지만 상급자 입맛에 맞게 행동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승진에서 밀려나는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경찰청 게시판에도 심사승진 확대를 비판하는 글과 댓글이 다수 올라왔다. "앞으로 인사권자들, 상급자들 챙기는데 혈안이 되겠다", "빽있는 사람들이 위로 올라간다"는 식이다. 익명의 경찰관이 올린 '경찰조직의 심사승진은 공정한가?'라는 내부 투표에도 투표 참여인원 201명 중 75%(151명)가 '불공정하다'고 답했다.

반면 간부급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심사승진의 중요성을 공감하는 목소리가 대세다. 대구 일선서 간부급 직원 A씨는 "심사승진 대상이 되려면 업무 성과가 반드시 필요하고, 객관 지표도 있기에 주관적이기만 하다는 의견은 지나친 기우"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험 승진 때문에 격무에 시달리는 수사부서 등은 기피 부서가 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른 간부 B씨는 "실제로 시험승진에 매진하느라 업무는 뒷전인 직원을 본적 있다. 변화가 없으면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심사승진 확대를 두고 술렁이는 조직 분위기를 다잡으려면 심사 공정성을 담보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류준혁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구대와 파출소가 수사부서보다는 '워라밸'이 보장돼 시험공부에 유리한 면이 있다. 이런 곳에 지원자가 몰리는 등 부작용이 많았기에 승진제도 변화는 필요했던 수순"이라면서도 "경찰청에서 심사승진 평가 방식을 다시 면밀히 들여다보면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 불만을 잠재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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