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소방 구조대원들을 삼킨 경북 문경 공장 화재와 관련, 고열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 외벽 구조가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얇디얇은 금속재 벽과 기둥이 '초대형 아궁이' 역할을 하다 녹아내렸다는 것이다.
◆엿가락처럼 휜 철골 기둥
1일 오후 1시쯤 경북 문경시 신기동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 전날 공장을 태운 불은 완전히 꺼졌지만, 현장은 불에 탄 냄새와 을씨년스러운 날씨 탓에 적막감이 가득했다.
이 불로 인명 구조에 나섰던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소속 김수광(27) 소방교와 박수훈(35) 소방사가 목숨을 잃은 탓에 주위 동료들의 슬픔까지 고스란히 느껴졌다.
사무공간 기준 4층으로 지은 육가공 공장은 건물 절반 이상이 불에 타 뼈대와 일부 외벽 샌드위치 패널만 간간히 붙어 남아 있었다. 건물을 지탱하고 있던 내부 철골 기둥은 엿가락처럼 몇번이나 휘어진 채 주저 앉아 있었다.
특히 제조공간 1층의 콘크리트 슬래브 천장(사무공간 기준 3층 바닥)이 내려 앉아 1층 바닥에 닿아 있었다. 이곳 1층은 실제로는 2개 층 높이로 지어져 붕괴 낙폭이 더욱 커보였다. 순직한 소방 대원들은 사실상 건물 3층 높이에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건물에서 탈출한 직원이 '모두 대피했다'고 말했으나, 순직한 대원들은 다른 구조자가 더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 1층 주 출입구에서 계단으로 3층까지 올라가 구조자를 수색했다"며 "바깥에서 보던 것보다 내부 화재가 심각해 다른 대원들은 곧장 피신했으나 순직한 2명은 끝내 나오지 못하고 2층 아래로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도 '샌드위치 패널' 건물
사고 공장은 화재에 극히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 구조로 지어졌다. 이곳은 2020년 5월 사용허가를 받은 연면적 4천319㎡, 지상 4층 철골구조 건물이다. 벽면은 불연 및 난연성 단열재로 채운 샌드위치패널로 마감했다. 불은 이 건물 3층 튀김기 주변에서 시작한 것으로 추정됐다.
샌드위치 패널은 철판 사이에 스티로폼이나 우레탄, 글래스울, 미네랄울 등 단열재를 넣은 조립식 건축자재다. 철근콘크리트 건물이나 벽돌 건물에 비해 3분의 1 이상 건축비를 아낄 수 있다. 단기간 시공을 통해 내구성과 보온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 가건물이나 공장건물, 특히 냉장이 필요한 시설 등에 자주 쓰인다.
문제는 안전을 담보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불에 약하다. 일단 불이 붙으면 소방용수를 뿌려도 외부 철판에 가로막혀 진화가 더디다. 또 철판과 단열재가 함께 녹으며 엿가락처럼 휘거나 붕괴한다. 불연·난연성 단열재를 썼다 하더라도 불에 버틸 수 있는 시간은 1시간 안팎에 그친다.
이번 화재에서도 불이 붙은 샌드위치패널 등이 건물 내부로 떨어지면서 대원들을 고립시켰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건물 중앙과 외부의 기둥들마저 열기에 휘면서 콘크리트 슬라브 소재의 바닥이 내려앉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경시 조사에 따르면 이 같은 건축 구조상 취약점 외에 설계·시공에서는 별다른 위반 사항이 확인되지 않았다. 문경시 관계자는 "건축도면과 건축물 대장, 건축자재 성능검사서 등을 확인한 결과 불법 증축이나 자재 무단 변경 등은 없었다"고 밝혔다.
사고 합동감식에 앞서 붕괴건물 안전점검을 한 건축구조기술사도 매일신문과 통화에서 "철골 골조(기둥)는 고열에 쉽게 휘어질 수밖에 없다. 수시간 이어진 불로 내부 온도가 1천200도까지 오르며 패널과 기둥의 내구도가 약해졌을 것"이라며 "제조공간 층고가 높아 기다란 기둥이 상부층 하중을 끝내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2일 오전 합동감식 "사고원인 규명"
경찰·소방 당국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2일 오전 10시 30분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립소방연구원, 소방기술원, 경북화재합동조사단, 전기안전공사 등과 합동감식에 들어갈 방침이다.
경북경찰청은 이를 위해 수사전담팀을 편성, CCTV 분석과 관계자 조사 등에 나선다.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경북청 강력범죄수사대 2개팀과 과학수사대, 문경경찰서 형사팀 등 총 30명이 참여한다.
경북도 안전행정실 관계자는 "사고 원인 등을 파악하는 대로 유사 사고를 방지할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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