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인간과의 관계를 지속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계 문명을 받아들인다면?"
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는 신예진 작가의 전시 '열 명의 나무 가운데 한 아이가 있어요'는 이러한 질문에서부터 시작됐다.
사람들이 자주 지나다니는 땅에는 풀이 자라지 않는다. 풀이 없어진 땅에는 단단한 형태로 포장된 길이 만들어지고, 더 이상 풀이 자라날 수 없는 곳이 돼버린다. 작가는 이러한 환경 속에서 주변으로 밀려난 자연물이 산업 문명을 받아들인다는 가정을 해본다.
그는 "기계적인 조직화를 이루는 형태를 갖게된 개체들이 단단한 금속을 두르거나, 자기 보호시스템을 갖춘 공격적인 형태를 갖추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이런 상상에서 비롯된 개체를 숭배하는 제단을 만드는 것이 이번 전시의 중심"이라고 말했다.
어디서든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유리상자 전시장에는 실제로 제단과 같은 모습의 오브제들이 놓여있다. 전시실 바닥에 제기(祭器) 형태의 백자 더미가 깔려있고, 나무와 돌로 쌓은 듯한 열 개의 세라믹탑이 일정한 간격으로 원형을 그리고 있다.
그 중심에 우직하게 선 나무 하나는 밑동이 하늘로 향했는데, 뿌리에 커다란 내연기관 엔진을 달고 있다. 자연과 인공이 하나가 된 모습은 생소하고도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내부에는 산란기의 개구리 울음소리가 번성을 기원하는 주술처럼 퍼지고, 관람객은 리모컨을 이용해 전시 공간 안을 안개로 채워 신성한 제단 쌓기에 동참할 수 있다.
신 작가는 "이제 주변으로 밀려난 자연은 스스로 신물(神物)이 돼 그 힘을 공고히 하고, 새로운 의지를 갖고 인간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려고 한다"며 "일방적으로 자연을 훼손하던 우리들에게 특히 코로나 시기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원론적인 고민과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이 전시를 통해 우리가 자연과의 미래를 생각할 때 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와 답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김영숙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는 "작가는 숲속 생명체들과 교감하던 어린 시절 자연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현대 도시의 산업화, 재개발 같은 폭력적인 환경 속에서 진화하게 될 미래 자연의 형태를 유리상자 속에 박제하고 있다"며 "자원을 독식하는 우리의 모습을 반성하고 자연과 인간이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를 보살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한편 3월 2일 오후 3시에는 전시장 앞에서 전시 연계 시민 참여 워크숍 '말랑말랑 숨 쉬고 있는 자연-오브제 콜라주'가 진행된다. 여러 자연물 이미지를 직접 그리고 콜라주해 새로운 숲을 만들어보는 활동이다.
전시는 3월 24일까지 이어지며, 설 연휴는 휴관한다. 053-422-6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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