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후방 사령관 손흥민·김민재 “64년 한(恨) 풀어달라” [각본없는드라마]

지난해 3월 우루과이전 후 두 선수 갈등 봉합
이번 아시안컵 우승으로 손·김 환상 콤비 기대
둘이 합쳐 1천500억원↑, 나라 위해 몸값해야

스포츠는 치열한 승부의 세계로 그 누구도 감히 예측 불가한
스포츠는 치열한 승부의 세계로 그 누구도 감히 예측 불가한 '각본없는 드라다', 그래서 전 세계 팬들이 그 승부에 열광한다.
2일부터 시작된 아시안컵 8강 대진표. 3경기만 이기면 우승컵을 들어올 수 있다. 연합뉴스
2일부터 시작된 아시안컵 8강 대진표. 3경기만 이기면 우승컵을 들어올 수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국가 대표팀의 전·후방 사령관을 맡고 있는 손흥민(공격수)과 김민재(수비수)가 이번 2023 카타르 아시안컵 64년 우승의 한(恨)을 풀어주기를 기대한다. '축구 황금세대'로 일본과 함께 우승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는 대표팀 두 기둥의 절묘한 조화가 최상의 경기력에 필수조건이다. 김민재가 경고 누적으로 4강전에 출전하지 않는 만큼, 결승전에서 멋진 콤비를 기대해본다.

손흥민을 중심으로 공격력을 극대화하고, 김민재를 주축으로 실점을 최소화한다면 멋진 승부를 연출할 수 있다. 물론 승리는 덤으로 따라오기 마련. 이제 고작해야 2경기다. 목표는 하나다. 4강에서 요르단을 물리치고, 결승전 승리까지. 둘이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를 함께 들어올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 지금까지 조별리그와 16강, 8강전에서 대표팀의 막판 강한 정신력을 본다면, 64년의 한을 풀 태세다.

지난해 3월 우루과이전 이후 김민재 선수가 손흥민의 인스타그램을 차단하기도 했다. 출처=김민재 인스타그램
지난해 3월 우루과이전 이후 김민재 선수가 손흥민의 인스타그램을 차단하기도 했다. 출처=김민재 인스타그램

◆손-김, 갈등을 넘어 진정으로 소통해야

손흥민과 김민재는 이미 좋지 않은 모습을 한번 연출했다. 지난해 3월 우루과이와의 친선경기 뒤 김민재는 국가대표 은퇴를 암시하는 인터뷰를 한 후 인스타그램에 사과문을 올려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또 갈등이 표출됐다.

김민재는 이후 팀 주장인 손흥민의 인스타그램을 차단했다는 증거가 나오면서 논란이 또 일었다. 당시 그는 사과문 이후에 손흥민의 인스타그램 내용이 화가 나서, 계정을 차단한 것으로 추측된다. 때문에 2년 전 손흥민이 눌렀던 '좋아요'까지 모두 취소되어, 팬들의 우려를 증폭시켰다.

지난해 일은 해프닝일 뿐이다. 두 선수가 대표팀에서 본인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으며, 경기력 저하를 가져올 정도의 대놓고 갈등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둘을 대표팀의 축구영웅으로 생각하는 팬들의 기대는 갈등을 넘어 진정 소통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과거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전·후방 사령관 황선홍(공격수)-홍명보(수비수)의 환상 호흡처럼 밀어주고 끌어주는 시너지 효과(케미, 화학 반응)를 바라는 것이다.

만약 결승에서 김민재의 롱패스가 손흥민에게 연결되고, 멋진 돌파로 골망을 흔든 후에 손흥민이 김민재에게 달려가 얼싸 안기는 장면이 연출된다면 축구팬들의 우려는 봄날에 눈녹듯 사라질 것이다.

상상이 아닌 실제 그 모습을 보고 싶다. 22년 전, 박지성 선수가 포르투갈 전에서 멋진 결승골을 넣은 후에 히딩크 감독의 품에 안기는처럼.

7번 손흥민과 4번 김민재가 클린스만 감독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7번 손흥민과 4번 김민재가 클린스만 감독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7번과 4번 대인배의 면모, 보여달라

대표팀의 7번과 4번이 대한민국 축구 황금세대의 중흥기를 이끌어야 할 역사적 책임을 갖고 있으며, 그럴 만한 자질도 보유하고 있다. 우스갯소리지만 '행운의 7번'은 상대의 골망을 흔들고, 죽을 사(死)의 부정적 숫자지만 우리 편이 아닌 상대 편을 죽인다는 의미로 '지옥의 4번'이 장판교의 장비처럼 버텨준다면 두려울 것이 없다. 7-4는 그런 모습으로 대표팀을 이끌어야 전투(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다.

실제 캡틴 손흥민은 지난해 3월 김민재와의 갈등 논란 이후에 한 스포츠 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민재와 대화했다. 내가 얼마나 그를 좋아하는지 알 것이다. (주위에서) 민재가 잘못했다고 하시는데,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았느냐"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이에 김민재 역시 소속사를 통해 "생각이 짧았다. 잘못했다. 흥민이 형이 대표팀 소집이 끝나면 항상 그런 글을 올리는데, 전날 진행했던 인터뷰로 인해 오해를 했고, 상식 밖의 행동을 했다. 흥민이 형에게 따로 연락해 사과드렸다"고 화답했다.

둘의 갈등설은 위에서 보듯 일단 봉합 수순을 밟았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 그 시기가 바로 이번 아시안컵이다. 국민들은 간절히 원하고 있다. 각자의 위치에서 둘의 멋진 플레이가 '공수 조화가 환상적인 팀'으로 거듭나길.

유럽 프로리그에서 뛰고 있는 둘의 몸값만 1천500억원이 넘는다. 7번과 4번은 밥값 뿐 아니라 이 나라를 위해 몸값도 해야 한다. 외신을 통해 "7번과 4번이 사실상 이번 아시안컵 우승의 주역입니다"라는 소식을 듣고 싶다.

삼국지의 주유는 "영웅은 결코 둘이 될 수 없다"고 탄식했지만, 태극전사 두 영웅의 경우는 다르다. 손 장군과 김 장군은 전투(경기)에서 역할이 다르다. 전방에선 적들을 깨부수고, 후방에선 물자배급(볼 배급)을 든든히 해줘야 승리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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