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국회는 선거구획정위의 획정안 거부 말라

문상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 사무총장
문상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 사무총장

지난 1월 31일 국회(정치개혁특위)가 안동-예천 선거구에서 예천군을 분리하여 군위군이 빠진 의성-청송-영덕 선거구에 편입하는 획정안을 잠정 합의하였다는 황당한 사실이 보도되었다. 그 소식이 들리자마자 권기창 안동시장과 안동-예천 출신 경북도의원들이 안동-예천 선거구 존속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안동-예천 지역 시민단체도 이를 저지하기 위한 집단행동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정개특위의 갑작스러운 안동-예천 분리안에 대해 의아해하며 그 배경에 대한 갖가지 설들이 분분했다.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이하 획정위)는 지난해 1년 동안 각 시도를 순회하면서 정당, 학회, 시민사회단체 대표 그리고 지역 주민들로부터 선거구 획정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가졌다.

이를 기초로 선거법 제25조에 규정된 선거구 획정 기준에 따라 지리적 여건과 교통 사정, 경제 및 생활권, 역사와 문화적 동질성, 지역균형발전 등을 고려하여 가장 합리적이고 공정한 선거구 획정안을 마련하였다.

그 결과 획정위는 안동-예천 선거구는 현행대로 유지하고, 영주-봉화-영양-울진 선거구에서 울진군을 분리시켜 의성-청송-영덕 선거구에 편입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확정하고 이를 국회에 제출하였다. 영주-봉화-영양 선거구는 독립 선거구 유지가 가능해지고 군위의 대구 편입으로 독립 선거구 유지가 어려워진 의성-청송-영덕 선거구도 울진을 받아서 독립 선거구를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이 획정안은 여론의 지지도 받는 것이었다. 지난해 10월 경북북부권발전협의회가 예천 군민을 대상으로 안동-예천 선거구 획정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예천 군민의 66.3%가 현행 유지를 원하였고, 14.0%만 분리를 원하는 것으로 조사돼 예천 군민 절대다수의 의사는 안동-예천 선거구가 현행대로 유지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사실들을 미루어 볼 때 국회에 제출된 획정위의 안동-예천 선거구의 현행 유지안은 해당 지역 주민들 다수의 의사가 올바로 반영된 가장 공정하고 합법적인 안임에 틀림없다.

선거법 제24조에 2에 의하면 국회는 획정위가 제출한 선거구 획정안이 선거법(제25조 1)에 명백히 위반되는 경우 한 차례에 한하여 획정위에 획정안을 다시 제출하여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획정위가 제출한 안동-예천 선거구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획정안은 선거법 제25조의 획정 기준을 명백히 위반한 행위에 해당될 소지가 전혀 없기 때문에 국회는 선거법상 이를 거부할 수 없다. 따라서 예천을 분리하는 국회의 여야 선거구 조정 합의안을 즉시 철회하기 바란다.

2015년 선거법 개정은 국회의원과 정당의 특정 정치인에게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획정하는 게리맨더링을 방지하고, 선거구 획정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였다. 그리하여 국회에 속해 있어 매번 게리맨더링 시비를 낳았던 선거구 획정 권한을 중앙선관위 산하의 독립기구인 선거구획정위원회로 이관하였던 것이다.

획정위는 선거구 획정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선거구 획정권을 국회에서 중앙선관위로 이관한 선거법 개정 취지에 부응하여 정치권력에 절대로 휘둘리지 말고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뜻이 잘 반영되어 있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마련된 획정위의 획정안이 끝까지 지켜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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