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명수 칼럼] 비례대표 차라리 없애자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왜 존재하고 계속 존치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의문을 넘어 분노로 치닫는다. 특히 역대 최악으로 꼽히고 있는 21대 비례 국회의원들이 그동안 노출한 비리와 기행은 '준연동형'으로 바꾼 비례 선출 방식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차라리 비례대표를 폐지하라는 여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결론적으로 만일 국회의원 숫자를 50석 정도 줄이는 국회의원 정수를 조정할 수만 있다면 비례대표를 폐지하는 '정치개혁안'을 한 번 시행해 보면 좋겠다. 여성과 청년, 장애인 등 소수자의 정치 참여를 보장하고 전문성을 갖춘 사회 각 계층 전문가들을 영입,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비례대표제는 존재의 의의를 잃었다. 지역구에 출마하는 국회의원 후보자들도 충분히 청년과 여성 및 소수자 등을 대표하고 있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다.

21대 비례 출신 국회의원 중에서 윤미향, 김의겸, 신현영, 양이원영, 최강욱, 류호정 등의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위안부 후원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2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지만 의원직을 유지한 채 조총련 행사에 참석하고 '북한의 통일전쟁은 정의의 전쟁'이라는 주장을 옹호한 '친북' 행보를 지속하고, 이태원 참사 당시 '응급구조차량'(DMAT)을 타고 현장에 가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시위를 하러 일본에 가서는 한글 현수막을 펼치고, '청담동 술자리 의혹' 등 끊임없이 가짜 뉴스를 양산하고, 기억나는 의정 활동이라고는 대통령 비난밖에 없고, 성소수자 행사에 참여한 것 외에는 두드러진 의정 활동이 없는 청년 정치인. 비례 국회의원들의 흑역사는 이외에도 수없이 많이 있지만 굳이 더 나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준연동형' 비례대표 선출 방식은 더불어민주당이 '공수처법'을 처리하면서 정의당의 협조를 얻기 위해 주고받은 정치 야합의 결과다. 그러나 원내 교섭단체(20석) 수준의 의석을 기대한 정의당은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설립하면서 국회 의석을 한 석도 더 불리지 못했다. 계파 보스들의 자기 사람 심기와 공천헌금 확보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전국구'(錢國區)로 불리기도 한 비례대표를 둘러싼 폐해에 대해서는 국민 모두가 손가락질해 온게 사실이다.

정의당은 한술 더 떠 이번에 '비례대표 2년 순환제'라는 사상 초유의 비례대표 활용법을 채택했다. 국회의원 임기는 4년이지만 임기 2년을 마친 후 의원직을 사퇴하게 한 후, 후순위 후보가 의원직을 승계받아 나머지 2년을 하도록 하는 국회의원직 나눠 먹기를 하자는 것이다. '정의당'이란 당명과 어울리지 않는 부정한 '꼼수'지만 정의당은 여론은 전혀 신경 쓰지도 않고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무엇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 선출 방식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조국 전 장관과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도 22대 국회의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조 전 장관이 주도하는 '리셋코리아행동'이 지난 1일 창당발기인대회를 열었고,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으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송 전 대표 측도 지난 3일 가칭 '정치검찰해체당' 창당발기인대회를 열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지난달 31일 '국민의미래' 창당발기인대회를 열어 '위성정당' 창당 절차에 착수했다. 당론은 '병립형' 회귀지만 민주당의 입장 선회가 없을 경우를 대비해서 위성정당 창당으로 압박에 나선 셈이다.

비례대표 선출 방식 전환의 키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쥐고 있다. 이 대표도 병립형에 구미가 당기는 모양이다.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는 그의 '속내'처럼 병립형으로 돌아가면 다수 의석을 확보하기에 용이하고 직접 내 사람을 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의 도전으로 흔들리는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 나가는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100% 당선이 보장되는 비례로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자신을 옥죄고 있는 수사와 재판 등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의원직 유지가 절실한 이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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