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가 핫한 이슈가 되고 있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스마트폰 세계 1위, 자동차 세계 3위 기업이 있는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이다. 그런데 왜 외국인은 한국의 자본시장을 낮게 평가할까?
미국의 뮤추얼 펀드인 Korea Fund가 1984년 한국에 최초로 투자한 이후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 프리미엄을 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항상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노래 불렀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고정 레퍼토리는 북한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기업의 회계 투명성, 기업 지배구조, 정부 정책 일관성이었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한국 증시에서 지속적으로 주식을 샀다. 최근 10년간 외국인의 한국 증시 비중을 보면 2017년에 33.6%로 피크를 치고 2022년에는 27.5%까지 그 비중이 떨어졌지만 다시 비중을 높여 2024년 2월 현재 29.4%를 보유하고 있다.
2월 들어 절묘하게 정부의 신년 자본시장 업무 정책에 맞물려 외국인의 순매수가 늘자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기회가 왔다고 한다. 외국인 순매수는 미국이 경기 하강에도 주식시장이 3년 활황에 신고점을 찍자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그간 하락했던 신흥시장으로 흘러 들어온 돈이다. 돈은 국적도 애국심도 없고, 싸면 사고 비싸면 파는 것이 금융업자의 본성이다. 그래서 외국인의 자금 유입을 두고 너무 흥분하면 안 된다.
한국은 기업의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주환원율이 낮아 외국인도 외면하고 주가장부가비율(PBR)이 낮아 저평가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를 높이면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다시 많이 살 것이라는 전망이 넘친다. 자산가치 척도는 초저성장 국가에나 적용하는 것이고 성장하는 나라는 자산가치 척도가 아니라 이익성장성(PER) 지표나 미래성장잠재력(PDR: Price Dream Ratio) 지표로 평가한다
물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지만 돈은 성장률이 낮은 데서 높은 데로 흐른다. 한국이 배당을 늘리고 잉여자금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환원율을 높이는 것을 등한시한 것도 사실이지만 외국인을 통해 한국 증시의 저평가를 해소하고 싶다면 GDP 성장률을 올리는 것이 답이다.
돈은 거지를 싫어하고 낮은 것을 싫어한다. 성장, 금리, 배당이 낮으면 돈은 도망간다. 주주환원율을 높이는 것도 좋은데 세계 평균 성장률 3%대에도 못 미치는 1%대 성장을 하는 나라에서 돈을 빼 평균보다 높은 나라에 투자하는 것이 정상이다. 5년마다 1%씩 성장률이 떨어지는 나라에 투자하고 싶겠는가? 외국인의 돈을 잡으려면 성장률을 높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금융은 살아온 삶의 흔적으로 돈 먹는 산업이고, 금융은 선진국이 후진국에 투자해서 돈 먹는 산업이다. 산업의 경험을 후진국의 금융에 투자해 후진국의 변화를 먼저 읽고 한발 앞서 투자해 돈 먹는 산업이다. 후진국 개미들이 일시적으로 태풍이 불어 돼지도 날아갈 때 선진국에 투자해 돈을 번 것처럼 보이지만 태풍이 끝나면 다시 땅바닥을 기는 돼지를 안고 울고 있는 것이 처절한 현실이다.
금융은 정보를 따라 움직이는 산업이다. 실물경제는 희소성이 가격이지만 정보산업은 시간이 가격이다. 사과는 먹고 나면 없어지기 때문에 서로 사려고 해서 가격이 형성되지만 정보는 아무리 써도 없어지지 않는다. 금융에서는 가장 먼저 정보를 얻은 1명만 벌고 나중에 얻는 9명은 앞선 1명의 돈벌이의 희생양이 되는 냉혹한 9대 1 법칙이 적용된다.
금융은 정보력과 분석력이 돈이다. 한국 금융기관들이 해외 투자를 해서 말아먹는 이유는 리서치가 약하기 때문이다. 중국, 베트남, 미국, 일본으로 투자 범위는 넓어지는데 한국의 리서치 하우스에 중국, 베트남, 미국, 일본에서 경제금융을 전공한 박사가 몇이나 되는지를 파악해 보면 왜 한국 개미들이 금융사가 추천한 금융상품에서 터지는지 알 수 있다.
해외 금융상품에 편입된 종목이나 산업 보고서가 제대로 된 것 하나 없이 상품을 팔고, 터지면 고객 책임이고, 수수료는 금융회사의 것이다. 감독 당국은 사후 약방문으로 불공정 판매에 대해 조사한다고 난리 치기 전에 해당 국가의 경제와 산업 그리고 기업에 대한 제대로 된 리서치가 있나를 먼저 확인하고 상품 허가를 해야 하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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