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을 실행할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이 발표됐다. 필수의료 강화에 10조원을 투입하면서도, 건강보험 준비금 28조원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출 효율화와 구조개혁을 추진한다는 게 핵심이다. 필수의료 강화 정책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정책 실현을 위한 재원 마련이 불투명하고, 구체적 실행 방안이 없다.
정부는 2028년까지 필수의료에 10조원을 들여 중증·응급 의료 공백을 없애겠다고 했다. 또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수가 결정 구조 개편, 지불 구조 다양화, 의료 쇼핑과 과잉 의료 방지책 등을 추진키로 했다. 특히 의료 남용 억제 방안이 주목된다. 과잉 진료를 유발하는 급여·비급여 항목의 '혼합진료'가 금지된다. 도수치료와 물리치료를 같이 받지 못하게 하는 방식이다. 정책 수단이 총동원됐지만,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의사 단체와 환자들이 수용하지 않으면 실현 가능성도 희박하다.
필수의료 강화, 의료 격차 축소에는 대규모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 정부가 앞서 발표한 간호·간병 통합병동 확대와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에도 건보 재정이 추가로 들어간다.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에만 매년 15조원이 든다. 건보료 인상 없이 재정 효율화만으로 성공할지 의문이 든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건보 재정은 올해부터 적자로 바뀌고, 2032년엔 누적 적자가 61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는 "필수의료 분야나 간병비 완화에 드는 재정 부담은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5년 내 건강보험료율 법정 상한선(8%) 인상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국회예산처의 재정 전망을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반박한다. 2028년 건보 준비금 28조4천억원 유지도 문제없다고 한다. 건보 재정은 고령화·저출산 가속화 여파로 악화일로에 있다. 매년 1조원의 건보료가 줄고, 지출은 크게 늘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건보료 추가 인상 없이 필수의료 강화, 간병비 부담 완화가 가능하다고 장담한다. 정부의 지나친 낙관이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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