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짖는 개는 정말 물지 않을까

송신용 서울지사장
송신용 서울지사장

북한의 도발이 가관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3년생 딸 김주애를 정중앙에 내세울 때부터 괴이하긴 했다. 최근에는 김 위원장의 입에서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 것들'이란 표현이 나왔다. 북한에선 절대 금기시돼 온 말이다. 하루가 멀다고 미사일을 발사하는 건 이미 본 대로다. 북의 참담한 실상 극복을 위한 술수인지, 진짜 도발을 염두에 둔 속셈인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할 시점이다. 공격 과시 능력에 열을 올리다가 방어 목적의 무기로 분류되는 신형 지대공미사일을 쏘아댄 것도 여러 해석을 낳게 한다.

가뜩이나 지구촌 곳곳이 전화(戰禍)에 휩싸여 있는 상황이다. 3년째를 맞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중동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으름장으로만 들리지 않는 중국의 대만 위협은 시한폭탄이다. 전문가 10명 중 3명이 미국의 군사적 개입이 없을 경우 중국의 봉쇄만으로도 대만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1~3개월'이라고 응답(미 싱크탱크 CSIS 설문)한 조사를 보면 대만해협 충돌의 후폭풍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일각의 '세계대전' 우려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 가운데 러시아의 북 편들기가 심상찮다. 북과 군사적 밀착 움직임 차원을 넘어 윤석열 대통령의 '북한의 핵 선제 사용 법제화' 비판에 "노골적으로 편향됐다"고 황당 논리를 펼쳤다. 우리를 향해 '전쟁' 위협을 일삼는 북 정권에 대해 국군 통수권자의 경고가 당연한데 러시아의 일방적 북 감싸기는 무례하기 짝이 없는 행위다. 러시아의 비호로 북의 위협이 더 커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실제로 북은 러시아와 밀착해 핵추진잠수함 같은 첨단무기 개발을 고도화하는 중이다.

우리로선 북의 '벼랑 끝 전술'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국지 도발에 대비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북한의 공갈이나 협박에 휘둘릴 이유는 없지만,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북이 러시아에 대한 군수물자 수출 같은 군사 협력을 계기로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분석되는 만큼 한미일 정보 공유 체계 강화와 실질적인 공조 방안 확보 등 안보에 소홀함이 있어선 안 되겠다. 우리 총선 판을 흔드는 것은 물론, 멀리는 미 대선에 초점을 맞춰 움직일 김정은의 속내를 틀어막을 담대한 전략과 행동이 요구된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망(KAMD) 등 기존의 대응책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대통령 직속으로 북핵‧미사일 위협을 평가하고 대응하는 하나의 기구 설치를 검토해 봄 직하다. 특히 수면 아래로 들어간 핵무장 공론화를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있을까. 언제든 핵무기를 만들 '핵 잠재력' 확보를 위해 나서 보자는 얘기다. 이미 일본은 미국과 원자력 협정 개정으로 6천 기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 47t을 확보했다.

사실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은 우리 안의 안보 불감증일지 모르겠다. 중국 춘추시대의 명장 사마양저는 "나라가 아무리 강해도 전쟁을 좋아하면 반드시 망하고, 천하가 아무리 태평해도 전쟁을 잊으면 반드시 위기가 온다"고 했다. 우리 정보기관이 2022년 11월 북 화성-17 발사 현장에 첫 등장한 김주애를 카메오가 아닌 후계자로 가닥을 잡는 데 1년이 넘게 걸렸다. 이 정도로 불가사의하고 예측 불가능한 집단이 북이다. 냉정한 대응이 나쁘지 않지만, 그렇다고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신원식 국방부 장관)는 말에 취해 있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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