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뉴스In] 자산 포함해도 노인 빈곤율, 세계 최고 수준

◆KDI 보고서 "초고령 빈곤층 집중지원 필요"
◆40년대생 및 그 이전 세대, 빈곤율 특히 심해
◆부동산 자산까지 포함해도 전 세계 상위권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국책 연구기관의 보고서가 나왔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한 어르신이 폐지를 모은 손수레를 끌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국책 연구기관의 보고서가 나왔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한 어르신이 폐지를 모은 손수레를 끌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 2명 중 1명 이상이 설 명절 고향을 방문한다. 부모님과 일가친척을 만나 새해 덕담으로 한 해를 시작하는 게 전통이다. 하지만 노령 인구가 급속한 증가하는 탓에 덕담이 건강이나 돈 걱정으로 끝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행정안전부가 2023년 1월에 발표한 2022년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927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8%를 넘었다. 이 추세라면 2025년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고 2070년이면 2명 중 1명이 65세 이상 고령자가 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높다는 국책 연구원의 분석도 있었다. 소득을 포함해 부동산 등 자산까지 따져도 주요국 중 노인 빈곤율이 최상위권이라는 얘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9월 펴낸 '소득과 자산으로 진단한 노인 빈곤과 정책 방향'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관심을 끌었다. 이 보고서는 소득을 기본으로 한 노인 빈곤율뿐만 아니라 자산 등 부동산을 포함해 우리나라와 주요국 노인들의 빈곤율을 비교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노인복지 정책의 방향을 잘 설명했다는 평이다. 우리나라의 노인은 65세 이상 고령층을 말한다.

◆세대별 노인빈곤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을 이용해 계산한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국제적으로 최고 수준이다. 처분가능소득으로 계산한 노인 빈곤율은 2016년 43.6%에서 2021년 37.7%로 하락했지만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2018년 기준 OECD 평균 노인 빈곤율은 13.1%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43.4%였다.

전체 인구 빈곤율은 2016년 17.6%, 2021년 15.1%다. 노인 빈곤율과는 2016년 26.0%p, 2021년 22.6%p 차이가 난다. 통상 한 국가의 노인 빈곤율은 전체 인구 빈곤율에 비해 높지만 우리나라는 이례적으로 높은 편이다.

노인 빈곤율을 세대별로 구분하면 다소 특이한 한국의 현상이 나타난다. 1940년대생과 그 이전 출생 세대에서 빈곤율이 높게 나타난다. 출생 세대 간 노인 빈곤율 차이가 상당하다는 얘기다.

2021년 기준 40년대생 및 그 이전 출생 세대의 노인 빈곤율은 40% 이상인 반면 50년대생의 노인 빈곤율은 30% 이하다. 40년대 후반 출생자(44.5%)와 50년대 전반 출생자(27.8%) 사이의 노인 빈곤율 차이는 16.7%p에 달한다. 1950년을 기준으로 그 이전 세대와 이후 세대 간 노인 빈곤율 문제가 매우 다르게 전개된 탓이다.

보고서는 2010년 이후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 추이를 보면 두 가지 현상이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첫째 전체 노인 빈곤율이 완만히 감소한다. 이는 전체 노인 중에서 50년대생의 비중이 꾸준히 늘었고, 이들이 이전 세대에 비해 덜 빈곤해서다.

이유는 50년대생들은 사회 활동기와 우리나라의 본격적인 산업화 시기가 맞물려 경제적으로 다소 여유로웠다. 또 60~70년대 토지가격의 상승률이 매우 높았고, 소득불평등도 심했다.

둘째, 고령 노인(75세 이상)과 연소 노인(65~74세) 간 노인 빈곤율에 큰 차이가 발생했다. 2016~2021년 사이에 연소 노인 빈곤율은 33.9%에서 27.6%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고령 노인 빈곤율은 56.8%에서 51.0%로 감소했지만 50%대의 높은 수준이었다. 두 집단 간 격차는 약 24%p에 달한다.

자산을 포함해도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세계 주요국 중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경기도 수원시 화성행궁 광장에서 열린
자산을 포함해도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세계 주요국 중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경기도 수원시 화성행궁 광장에서 열린 '수원시 노인 일자리 채용한마당'에서 어르신들이 채용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소득과 자산을 고려한 노인 빈곤 현황

우리나라의 특성상 고령층은 자산 축적을 통해 노후 대책을 마련했을 가능성이 크다. 소득만으로 노인 빈곤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이유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16~2021년 기간 가구주 연령이 65세 이상인 고령가구의 자산은 대부분 부동산에 치중돼 있다. 평균 우리나라 고령가구는 약 3억5천~5억원 정도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부채는 3천~4천만원 정도다.

유동성이 높은 금융자산은 전체 자산의 16% 정도다. 대부분이 실물자산으로 주로 부동산이다. 고령가구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80% 이상이다. 이는 해외 주요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도 높은 편이다.

따라서 노인 빈곤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소득뿐만 아니라 자산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 보고서는 포괄 소득으로 따지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34.8%였다. 독일(11.8%), 영국(9.8%), 미국(10.8%·2016년 기준) 등 주요 8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포괄 소득이란 자기 집이 있는 사람의 귀속 임대료(자신에게 임대료를 낸다고 가정한 금액) 등까지 고려한 소득이다. 자기 집이 있으면 월세 세입자의 월세비만큼 소비를 늘릴 수 있으니 실제 소득은 더 많다고 봤다는 뜻이다.

부동산 등 자산을 주택 연금과 같은 식으로 연금화했을 때까지 가정하면 노인 빈곤율은 26.7%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 조차도 미국(9.0%·2016년 기준), 독일(10.7%), 영국(6.6%) 등 주요 8국 중 최상위였다.

결국 자산까지 따지면 소득 기준 노인 빈곤율(42.3%) 보다 떨어지긴 하지만 주요국 중 한국이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13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쪽방촌에 거주하고 있는 독거노인을 방문해 애로사항 청취 및 위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13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쪽방촌에 거주하고 있는 독거노인을 방문해 애로사항 청취 및 위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 필요

2025년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OECD 최고 수준인 노인 빈곤율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심각한 문제다.

고령층 중 40년대생 및 그 이전 출생 세대는 저소득-저자산 취약계층의 비중이 높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과 자산(포괄 소득)을 고려해 연령별로 저소득·저자산 비율을 분석한 결과 1930년대 후반 출생은 이 비율이 45.9%(2021년 기준)까지 올라갔다. 1940년대 전반(37.2%)과 후반(31.6%)도 30%를 넘겼다. 반면 '젊은 노인'인 1950년대 전반(19.7%)과 1950년대 후반(13.2%)은 10%대로 낮은 편이었다.

따라서 정부의 노인기본 정책도 이 같은 기초 사실을 바탕으로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현재 정부의 가장 대표적인 노인빈곤 해소 제도인 기초연금은 전체 고령층의 70%에 연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지원 대상자 규모가 증가해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취약계층 대상 노후소득 지원 측면에서도 효과성이 낮아 한계가 있다. 따라서 향후 노인빈곤 완화 정책은 선별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에 집중해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

저소득-고자산 고령층은 주택연금, 농지연금 등 정책을 활용해 스스로 빈곤을 탈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 동시에 장기적으로 기초연금은 재산을 고려한 소득인정액이 일정 수준 이하인 고령층에게만 지급돼야 한다.

보고서는 "40년대생 및 그 이전 출생 세대에 기초연금을 더 많이 지원하고, 상대적으로 덜 빈곤한 50년대생 및 그 이후 세대에는 기초연금을 축소하는 게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 동시에 기초연금 재원을 다른 노인복지제도에 투입해 고령층의 삶의 질을 제고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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