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꼴, 적어도 한 달에 2번 이상은 시내 서점에 간다. 관심 있는 작가나 책을 들쳐보려는 목적에서다. 한두 권 집기도 하지만, 빈손으로 올 때가 더 많다. 책방을 돌아다니기만 해도 좋거니와, 솔직히 말하자면 지하 문구점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인지 모른다. 지난 주말에도 서점에 나갔고,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다가 빈손으로 돌아왔다. 마냥 책을 사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책을 사고 관리하는 일, 생각보다 쉽지 않다(차라리 읽는 건 쉽다). 70년대 산아제한 표어를 살짝 비틀어 말하자면 '덮어놓고 사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가 독서를 돈 안 드는 취미생활이라고 하는가?
중학교 2학년이던 어느 날, 같은 반이면서 같은 동네에 사는 단짝 친구 집에 놀러갔다. 친구 아버지는 중소기업 사장님이었다. 친구 집에 들어서자마자 놀란 건 엄청난 양의 책이었다. 가장 큰 방을 가득 매운 책들. 당시 중고생에게 가장 인기 있던 '삼중당문고'로 빼곡한 책장을 보고는 넋을 놓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책 냄새가 진동한다는 걸 처음으로 느낀 충격은 꽤나 오래 지속되었다. 대학교 3학년 어느 봄날, 친구는 이사를 갔다. 서울에서도 좀 낙후된 동네였다. 중학생 때 살던 집의 반의반도 안 되는 규모였다. 자세한 사정은 묻어두기로 하자. 언젠가 만났을 때 책은 모두 팔았다면서 풀 죽어 얘기하던 녀석의 얼굴을 잊지 못한다.
만약 당신이 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구입하거나 선물 받은 책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면? 나이에 따라 편차는 있겠지만, 현재 40대이고 성인이 된 후로 1년에 5권의 책을 샀더라도 100권 정도는 족히 되지 않을까. 이런 저런 책을 보태면 150여 권은 훌쩍 넘을 것이다. 작은 책장 하나 정도는 채울 분량이다. 그런데, 의외로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그만한 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 가지고 있는 책만큼만 독서를 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절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책이나 음반 등을 꽤 많이 고스란히 보관하고 있다는 건, 단지 오랜 시간 열심히 사 모으거나 수집에 열을 올린 결과로만 바라볼 수 없는 무형의 힘이 담겨있다. 책과 음반은 공간이 많이 요구되는 품목이다. 양이 늘어날수록 전용 공간이 필요하기에 온전히 보전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까 책이 늘어나면 해결책은 두 가지다. 책을 버리거나 공간을 늘리거나. 즉 집을 키워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다치바나 다카시는 도쿄에 전용서재 '고양이빌딩'을 지었고,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장석주도 오래 전 백운호숫가에 책을 보관할 별채를 짓지 않았나.
이사 할 때도 책과 음반은 특별한 골치 덩어리다. 부피도 큰데다 무게 또한 엄청나다. 집을 줄여가거나 사정상 살림살이를 줄일 때 책과 음반이 정리대상 0순위가 되는 건 이 때문일 터. 학창시절 '삼중당문고'로 내 선망의 대상이 된 친구는 부친의 사업실패로 책을 모두 잃었고, 다른 친구는 험난한 삶에 떠밀려 꽤 귀한 책들을 모두 팔아치웠다.
요컨대 책을 오래도록 보존한다는 건 무탈하고 무난한 삶을 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드라마틱한 재미는 없어도, 굴곡 없는 평균의 보편적 삶을 살아왔음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책의 경제학'이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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