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협동조합형 '깡통' 민간임대주택, 알고 보니 전부 ‘한통속’

대구 북구·중구 임대주택 시행사 대표, 동일 인물로 확인
관련자들, 경북 고령에서도 같은 사업 벌이다 발각…구미서도 고소 진행 중
"추가 피해 막으려면 수사기관서 조속한 사건처리 필요"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 방식으로 대구 중구 남산동에서 신축 아파트 조성 사업을 추진하던 시행사의 대구 동구 신천동 사무실 전경. 독자 제공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 방식으로 대구 중구 남산동에서 신축 아파트 조성 사업을 추진하던 시행사의 대구 동구 신천동 사무실 전경. 독자 제공

대구 북구 대현동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에 투자했다가 돈을 돌려받지 못한 270여명은 180억원 잃을 위기에 처했다. 피해 금액은 최소 3천500만원부터 최대 9천800만원에 이른다. 윤수진 기자
대구 북구 대현동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에 투자했다가 돈을 돌려받지 못한 270여명은 180억원 잃을 위기에 처했다. 피해 금액은 최소 3천500만원부터 최대 9천800만원에 이른다. 윤수진 기자

대구에서 협동조합형 피해가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북구와 중구(매일신문 2023년 11월 26일)의 시행사 대표가 같은 사람인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세력이 같은 수법으로 투자자들의 자금을 유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추가 피해 우려도 큰 가운데 수사기관이 빠르게 나서 추가 피해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7일 매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북구에서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 사업의 시행사 대표를 지낸 정모(52) 씨가 비슷한 시기 중구에서도 같은 사업 벌이다 막대한 손해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정 씨는 지난 2020년 A업체를 설립하고 2021년 4월부터 북구 대현동 일대 주택 사업을 시행한다며 조합원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다 같은 해 7월 돌연 대표직을 사임하고 10월에 새 회사를 세워 중구 남산동 사업에 손을 댔다.

현재 두 사업은 모두 중단된 상태로, 조합원 계약금을 비롯해 모든 자금이 날아갈 위기에 놓였다. 북구 대현동 B조합에 따르면 조합원 270여명이 약 180억원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지난 2021년부터 해당 조합에 가입해 임대주택을 계약하려던 투자자들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무런 진척이 없다고 호소했다. 조합원 180여명은 지난달 19일 수성경찰서에 전직 시행사 대표 2명과 전임 조합장 등을 고소한 상황이다.

중구의 C조합도 마찬가지다. 정 씨의 시행사는 지난해 1월 공사를 시작해 2025년까지 남산동 일대에 지상 25층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사업을 멈췄다. 조합원 43명이 지불한 16억원은 홍보비 등으로 사용돼 현재 시행사에 남은 현금성 자산은 보통예금 886만원뿐이다.

A업체 관련자들은 대구뿐 아니라 앞서 경북에서도 같은 사업을 벌이려다 행정조치와 고소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20년 고령군 다산면 일대에서 부지 확보도 다 되지 않은 상태로 조합원을 모으려다 발각돼 군에게 시정조치 당한 것인데, 이때 만들어진 협동조합이 북구 B조합의 전신이다.

A업체 대표이사를 지냈던 김모(56) 씨도 최근 경북 구미에서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 사업을 하다 조합원들에게 고소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9월 구미 조합원 110여명은 75억원을 편취당했다며 사기, 업무상 배임, 민간임대주택에관한특별법위반 혐의로 김씨와 조합장 등을 고소했다.

일부 조합원들은 같은 피해를 당한 조합들이 연대해 공동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구 B조합은 기존 조합장을 해임하고 지난해 8월 행정사 김유준 씨를 선임했다. 김 씨는 "아무런 권한이 없는 조합장을 고소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조합원들이 스스로 조합을 되찾고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며 "지역에서 피해 연합을 만들어 시행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가적인 피해를 막으려면 수사 기관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경찰에서 현재 접수된 사건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처리해 피해자들이 조금이라도 손해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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