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의 직장’ 대학 교직원은 옛말…열악한 처우, 업무 과중에 대거 이탈

퇴직 교직원 수 3년 사이 꾸준히 증가
낮은 처우 조기 퇴직 원인, 임금 인상 멈춰
정년퇴직 등 빠지는 인력 많은데 인력 충원은 안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근무연수가 10년이 넘은 대구의 한 사립대 교직원 A씨는 요즘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 10년전만 해도 '신의 직장'이라 불렸고, 입사 경쟁도 치열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기 때문이다.

급여는 수년째 제자리이고,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업무 부담은 해마다 늘었다. 견디지 못한 저연차 직원들까지 잇따라 떠나면서 업무가 가중되는 형편이다. A씨는 "낮은 처우는 물론이고 업무 가중에 스트레스가지 상당해 이탈하는 저연차 직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때 높은 인기를 누리던 대학 교직원의 인기가 나날이 식고 있다. 낮은 급여와 과중한 업무에 실적 스트레스까지 쌓이면서 일찌감치 사표를 던지는 교직원이 늘어나는 추세다.

7일 사학연금관리공단의 '사학연금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22년 퇴직한 전국 대학 교직원 수(전문대 포함)는 1만6천318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직 기간 5년 미만인 퇴직 교직원은 1만1천349명으로 전체 퇴직 교직원의 69.5%를 차지했다.

퇴직 교직원 수는 2020년 1만3천502명에서 2021년 1만4천993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구경북의 경우 2022년 퇴직한 대학 교직원 수는 1천614명으로 파악됐다. 주요 사립대인 계명대와 대구가톨릭대, 대구대, 경일대의 경우 모두 합해 최근 2년 사이에 5년 미만 직원 10명(계명대, 대가대, 대구대, 경일대 합한 수치)이 학교를 떠났다.

조기 퇴직 원인으로는 우선 열악한 처우가 꼽힌다. 16년 간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직원 임금 인상도 멈췄다는 것이다.

지역 한 대학 직원 B씨는 "연차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중소기업 과장 급여도 못 미친다"면서 "신입 직원은 막상 들어오니 월급은 예전 직장의 반토막이고, 업무량은 많으니 이직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년퇴직 등으로 줄어든 인력에 대한 충원도 잘 이뤄지지 않으면서 업무량은 갈수록 가중된다고 교직원들은 입을 모은다.

또 다른 대학 직원 C 씨는 "입학생 모집 시기에는 사기업만큼 실적 스트레스도 만만찮다. 처우는 낮고 업무는 많고 신규 직원 충원도 잘 안되니 인력 구조가 기형적"이라며 "'적당하게만 하자'는 인식이 만연하고 열정적인 업부 분위기도 많이 사라졌다"고 했다.

상황이 이러니 아예 예전 직장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직원 D씨는 "지역 사립대에서 그나마 안정적인 지방거점국립대로 이직을 준비하는 직원도 있고 아예 예전 직장으로 돌아가기도 한다"며 "연봉이 줄더라도 대학에서 일하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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