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그림을 다 잘 그린 김홍도는 너나없이 다 아는 국민화가다. 여러 장르에 걸친 김홍도의 걸작 중에서도 이 '무동'이 들어있는 '단원풍속화첩'의 그림을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린다. 익숙하게 보아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풍속화가 주는 친근함 때문이기도 하다. 보기만 해도 미소가 피어나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따뜻한 내용과 형식으로 풍속화를 완성한 공로는 김홍도에게 돌려야 할 것이다.
김홍도의 그림 솜씨를 스승 강세황은 인물, 산수, 선불(仙佛), 화과(花果), 금충(禽蟲), 어해(魚蟹) 등에 '무소불능(無所不能)'한 중에서도 더욱 잘 그린 것이 신선과 화조라고 했고, 우리나라 인물과 풍속에 더더욱 뛰어나다고 했다. 강세황의 안목으로 보기에 김홍도의 가장 큰 성취는 '우리나라 인물과 풍속'이었다.
먼 역사적 시간 속에서 우리 조상들이 이렇게 살았겠거니 하는 미소와 끄덕임이 바로 풍속화가 지니는 친근함이고 공감의 힘이다. 풍속화는 각각의 고유한 이야기 속에 재미와 정보가 함께 들어있는 그림이다. '무동'이 알려주는 정보는 무용수가 소년이라는 것, 6인조 악단인 삼현육각으로 춤의 반주음악이 편성됐다는 것이다. 삼현육각은 향피리 2, 대금 1, 해금 1, 북 1, 장구 1 등으로 구성된다. 민간의 잔치나 행사에 동원되었던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기악합주다.
남악(男樂)인 무동은 세종 때부터 시작되었다. 궁중의 잔치에 무동이 등장한 것은 여악(女樂)으로 인해 혹시라도 관람자들이 방탕해질 것에 대한 우려에서 도입한 제도였다. 군신간의 외연(外宴)에 여악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여악은 왕실 여성들을 위한 잔치인 내연(內宴)에 주로 사용되었다. 민간의 연희에서도 무동이 춤과 노래의 주인공이었고, 기녀의 가무는 일부에서 누릴 수 있는 호사였다.
'무동'의 보는 재미는 피리 부는 두 악사다. 한 사람은 양 볼에 불룩하게 바람을 넣은 장면을 포착해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그렸고, 한 사람은 피리를 입술 한쪽 끝으로 삐딱하게 물었다. 오래 불다보니 입술이 아팠나보다. 화가가 그림 속에 심어놓은 해학과 익살은 풍속화의 한 요소였다.
'무동'을 비롯한 '단원풍속화첩'의 작품들은 눈에 쏙 들어오는 쉬운 그림이다. 이유를 꼽아보자면 배경을 생략해 사건과 인물에 시선을 집중시킨 점,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필선으로 대상을 요약한 점, 생생한 현장성을 지닌 장면을 순간포착으로 설정한 점, 장면 마다 주제가 돋보이는 색다른 구도인 점 등이다.
담채화라는 점도 중요하다. 엄숙하고 진지한 수묵화, 화려하고 장식적인 진채화가 아닌 수수한 담채화여서 서민들의 일상사가 더욱 정겹게 다가온다.
미술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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