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에서 위성정당은 꼼수다. 일당 권위주의 체제에서 위성정당은 흔히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 체제에서 선거를 위해 고작 한 두 달용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은 퇴행적 정치 행태이고 꼼수 중의 꼼수다.
4·10 총선에서도 위성정당이 난립할 전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기로 해서다. 그는 지난 5일 "과거 회귀가 아닌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 정권 심판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면서 준연동제의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 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며 위성정당 창당을 기정사실화 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위성정당 없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약속했지만 뒤집었다. 더욱이 '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며 여당 탓을 한 건 적반하장이다.
결국 이번 총선에서도 2020년 21대 총선에서 국민적 지탄을 받았던 '떴다방' 위성정당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날 것이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창당 수순을 밟고 있고, 민주당도 위성정당 창당 작업에 착수한다.
더불어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해 7월 21대 총선에서 '위성정당'을 만든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천벌 받을 짓"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위성정당을 만든 것은 해선 안 될 짓"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주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법을 개혁해 놓고서는 꼼수 '비례 위성정당'을 만든 것을 비판한 것이다.
◆위성정당은 왜 천벌을 받을 짓인가?
우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소수 정당의 원내 진출을 쉽게 하고 비례성을 키우는 장점이 있다. 반면 꼼수 위성정당 출현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동반했다. 자칫 위성정당이 활개 치면 소수 정당의 원내 진출이 더 어려워진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준연동형을 유지한다면 최소한 위성정당을 막을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게 중론이었다. 민주당 의원 75명이 '위성정당 방지법'도 발의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거대 야당 대표는 외면했다.
둘째, 민주주의에서 위성정당 창당은 퇴행적 행태다. 통상 위성정당은 일당 체제 국가에서 수권 정당 외에 다당제 구색을 맞추기 위해 존재하는 명목상의 정당이다. 정권 교체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며 정권 교체를 바라지도 않는다. 또한 지방조직이 없으며 당원 숫자도 극히 적다. 그렇다고 한 두 달 만에 사라지지는 않는다.
지난 총선 당시 위성정당의 운명을 보면 딱하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은 2020년 3월 18일 공식 출범했다. 선거를 불과 한 달가량 앞둔 시점이었다. 선거에서 17석을 얻은 뒤 4·15 총선이 끝난 5월 13일 민주당에 흡수됐다. 두 달가량 생존했던 셈이다.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이었던 미래한국당도 운명은 비슷했다. 선거를 두 달가량 앞둔 2020년 2월 5일 공식 출범했고, 19석을 얻었다. 선거가 끝난 뒤 5월 28일 미래통합당에 흡수됐다. 100여일 정도 생존하다 사라졌다. 총선용 위성정당이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셈이다.
셋째, 정치 불신을 조장할 수 있다. 민주당 위성정당에 참여하는 군소정당 간 비례대표 순번을 두고 거래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이 군소정당에 비례대표 앞 순번을 주는 대신 지역구 출마 포기를 요구할 것이라는 얘기도 떠돈다. 위성정당이 앞 기호를 확보하기 위해 거대 양당이 '의원 꿔주기 탈당'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한국 정치의 퇴행을 민낯까지 보여주는 행태다.
넷째, 선거 관리도 어렵다. 위성정당 창당이 가능해지면서 투표용지가 78.1cm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당과 활동 중인 창당준비위원회 등 60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냈을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투표용지의 위아래 여백(6.5cm)과 기표란 높이(1cm), 구분 칸 높이(0.2cm) 등을 합산하면 78.1cm에 달한다.
지난 총선에서 35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 투표용지 길이가 48.1cm였다. 21개 정당이 참여한 20대 총선에서는 33.5cm, 20개 정당이 후보를 낸 19대 총선에선 31.2cm였다.
35개 이상 정당이 난립할 경우 투표지 분류기를 사용할 수 없다. 더욱이 수 검표 절차가 처음 도입되는 탓에 개표 시간이 21대 총선보다 평균 2시간 이상 늦춰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나타나는 위성정당은 국민들의 정치 혐오를 가중시킨다. 낯뜨거운 퇴행적 정치 행태를 지켜보는 게 이번이 마지막이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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