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 이혼한 뒤 홀로 사는 손모(53) 씨가 완전한 '사회적 고립'에 빠진 건 9년 전이었다. 잘 나가는 사업가였던 손 씨는 갑작스러운 암 진단과 함께 2년 동안 투병 생활을 하며 인간관계가 단절되는 경험을 했다.
모아둔 돈은 본인과 부모님의 병원비로 다 들어갔고, 요즘에는 매달 정부지원금 68만원이 소득의 전부다. 이마저도 병원비와 약값 등으로 대부분 사라진다고 했다.
그는 "50대에는 극심한 빈곤에 시달려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복지제도가 부족해 재기하기 쉽지 않다"면서 "주변에도 사회적 고립을 겪다가 자존감마저 무너져 유명을 달리한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1인 가구가 해마다 늘어나는 가운데 홀로 사는 10명 중 8명은 '고독사 위험군'에 속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빈곤한 50대 남성이 고독사에 가장 취약하고, 대구는 저소득 청년 1인 가구의 고독사 위험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만 19세 이상 1인 가구 9천47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2년 고독사 예방 실태조사 연구' 결과에 따르면 1인 가구 가운데 고독사 위험군이 78.8%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독사 위험군 내에서도 위험도가 높은 중·고위험군은 22.4%로 분석됐다.
고독사 위험군 중에서 중·고위험군을 살펴보면 남성 비율이 60.9%로 여성(39.1%)보다 크게 높았다.
연령별로는 50대가 24.6%로 가장 많고, 60대 23.4%, 40대 16.2% 등의 순이었다. 50대의 위험 비율이 60대 이상보다 높은 것은 기초연금 등 복지 혜택 대상에서 제외되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또한 고독사 위험이 높은 이들 중 절반은 임시직이나 일용직 등 불안정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특히 대구는 1인 청년 가구의 고독사 위험이 장년층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시가 지난해 8~11월 청년층 저소득층 1인 가구 5천164명과 장년층 1인 가구 9만9천881명을 조사한 결과, 청년층 저소득 1인 가구 중 고독사 위험군은 19.7%, 장년층은 19.5%로 분석됐다.
사회복지 종사자들은 고독사가 명절 연휴를 전후해 더욱 자주 발견되는 경향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긴 연휴 기간을 홀로 보내면서 심리적 스트레스가 크게 작용하는 탓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진은 "생애 주기별로 고독사 위험 요인을 찾아내 복지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고독사 위험 대상자를 조기에 발굴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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