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한국 서양음악의 선구자인 박태준·현제명 선생을 배출한 곳입니다. 지금도 우리 귓전에 맴도는 '동무생각' '고향생각' 등의 명곡을 탄생시키며 우리 가곡의 초석을 놓은 본고장이지요."
'대구사랑 우리 가곡 부르기' 공연을 8년째 이어가고 있는 황옥섭 깐딴떼 파밀리아 단장은 하물며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로 선정된 대구에서 우리 가곡이 등한시되는 것은 수긍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한다.
"우리 세대는 TV에서 흘러나오는 정다운 가곡을 들으며 청소년기를 보냈습니다. 방송국에서 주최하는 가곡의 밤 음악회를 통해서도 '봄처녀' '봉선화' '가고파' '기다리는 마음' '옛동산에 올라' 등 귀에 익은 노래들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더러 있지요." 황 단장은 요즘은 음악대학과 성악 전공 학생들마저 우리 가곡을 상대적으로 도외시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가 정겨운 우리말과 서정적인 리듬으로 엮은 우리 가곡을 알리기 위해 '깐딴떼 파밀리아'라는 봉사단체를 만든 이유였다. 그리고 전공자들의 재능 기부를 통해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정기 음악회를 진행해왔다. 2016년 5월에 시작한 '대구사랑 우리 가곡 부르기'는 동구 팔공문화원에서 막을 올렸다.
올여름이면 100회를 기록하는 공연에서 황 단장은 행사 기획과 진행은 물론 직접 출연해 노래도 부른다. 출연자와 관객이 함께 가곡을 부르고, 주변에서 십시일반 후원한 선물도 추첨을 통해 전달한다. 매년 10, 11월 공연에는 '사랑의 온정 나누기 모금 음악회'를 겸해 어려운 가정에 생필품을 전하기도 한다.
사명감을 가지고 한 일이지만 힘든 적도 많았다. 예술단체 등록이 이루어지지 않아 뜻있는 사람들의 기부조차 받을 수 없었고. 코로나 팬데믹에는 무관객 공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왜 쌈짓돈을 털어가며 그 고생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가곡에 대한 사랑으로 마음을 달랬다. 올해부터는 동구 혁신동의 '칼라스홀'로 공연장을 옮긴 황 단장의 소망은 한결같다.
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응원 속에 '대구사랑 우리 가곡 부르기'가 동구는 물론 대구의 문화예술 브랜드로 정착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우리도 유럽처럼 '하우스 콘서트'나 '미니 콘서트'가 좀 더 확산되었으면 한다는 황 단장은 1980년대 초 고교 시절 시작한 음악 인생이 올해로 40년째를 맞았다.
계명대 음악대학(대학원)과 이탈리아 로마 CSM 아카데미를 거쳐 많은 오페라, 뮤지컬 주·조역으로 활약하면서 기획과 연출도 병행해왔다. 계명대·대구가톨릭대 등 여러 대학의 특임교수로 후진을 양성해 온 것도 큰 보람이다. 합창단 지휘와 음악감독으로서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황 단장은 우리 가곡이 더 활짝 꽃피는 갑진년을 보내는 게 새해의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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