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최초 공개하는 ‘소득 이동 통계’, 미래 준비할 객관적 자료 돼야

국민의 20%인 1천만 명을 표본으로 5년간 개개인의 소득계층 이동 추이를 들여다볼 수 있는 통계가 올해 말 최초로 공표된다.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2024년 주요 업무 추진 계획' 내용 중 일부다. 소득 이동 통계는 '패널' 데이터 형식인데, 쉽게 말해 동일한 개인에 대해 시간 흐름에 따른 소득분위 변화를 살피는 자료다. 인구·가구 정보와 국세청 과세 정보를 결합해 작성된다. 일단 통계청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년간의 연도별 패널 데이터를 작성해 이를 오는 12월 발표한 뒤 이후 동일한 개인에 대한 패널 데이터를 계속 축적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번 통계 개발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건 역동 경제의 3대 핵심 과제 중 '사회이동성 제고'와 직결돼 있다. 경제가 재도약하려면 사회이동성을 높여 사회의 역동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형일 통계청장은 "한 가구가 작년에 소득 몇 분위에서 올해는 몇 분위로 이동했는지를 따라갈 수 있다. 증거 기반 정책 수립에 굉장히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통계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근간이다. 통계가 오염되면 국가 정책은 신뢰를 잃게 된다. 지난 2000년 그리스 정부는 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적자 규모가 실제로 14%에 육박하는데 6%라고 속였고, 국가 부도 위기까지 맞았다. 지난달 24일 중국 허난성 정부가 발표한 지역총생산 통계는 세계적 웃음거리가 됐다. 2023년 GDP가 4.1% 성장했다는 내용은 3천100억위안(약 57조원) 부풀린 통계였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가 정책 실패를 감추려 부동산 가격, 소득·분배·고용에 관한 정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한 사실이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고,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정치적 목적으로 통계를 갖고 장난치는 순간 국가의 미래는 파탄으로 치닫게 된다. 사회이동성 제고라는 중장기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의미 있는 통계를 이번 정부가 내놓기로 했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순수한 통계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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