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만국박람회를 상징하는 높이 324m 에펠탑이 1889년에 개장됐다. 그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고 지금도 파리의 대표 명물이자 랜드마크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에펠탑은 당시 '흉물스럽고 추악한 철 구조물'로 주거환경을 해친다며 주민들로부터 피소를 당하고 무모한 짓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완공 후에도 예술가와 지식인들의 혹독한 비판은 계속됐다.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2006년 월성동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출토된 흑요석, 좀돌날 등 구석기 유물 1만3천184점은 대구 5천년 역사를 2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끔 해 달서구 선사시대로 조성 사업의 신호탄이 됐다.
대구 '근대 역사로'에 대칭되는 '선사 시대로' 사업을 상징하는 '거대 원시인'은 지역 출신인 광고천재 이제석님의 작품으로 지난 2018년에 건립됐다. 길이 20m, 높이 6m에 이르는 이 조형물은 '2만 년의 역사가 잠든 곳'이란 명패를 하고 수목원삼거리를 6년째 지키고 있다.
평행이론이 적용되는 듯 거대 원시인은 135년 전 에펠탑이 걸어온 길을 따랐다. 일부 주민과 종교인들의 강력한 철거 시위, 구의회 철거 권고, 그를 옹호하는 언론 보도, 정치적 공세 그리고 결국 구의원과의 막말 비화 등 각종 구설수에 잇따라 오르게 된 것이다.
공공조형물이 지역의 가치를 담으며 대표 이미지를 주는 사례는 적지 않다. 경북 포항 호미곶에 있는 높이 8.5m 청동 '상생의 손'은 해맞이 축제 장소 및 인류의 화합과 함께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기원을 담으며 많은 발길을 유혹하고 있다.
수목원 입구 갤러리 건물 외벽에 매달려 있는 '킹콩 G.C.'도 지역 미술 작가와 미술 문화를 알리며 영화 '킹콩'을 연상시키는 등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조형물 중 하나다.
이렇듯 공공조형물은 디자인으로 도시미관을 높이고 시선을 모으며 문화자산을 후대에 알리는 공적 메시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를 아는 듯 혹독한 비난을 묵묵히 견디어 오던 거대 원시인은 코로나 펜데믹으로 온 국민이 힘들어할 때 상대방에게 강요하지 않고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넛지효과(Nudge Effect)를 활용한 발상의 대전환으로 활기찬 생명력을 회복하게 된다.
2만년의 시간을 간직한 거대 원시인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생활 방역, 극복, 희생자 추모, 백신접종 등 코로나 예방 참여 메시지 전달하며 시민 참여가 필요할 때마다 '무명(無命)의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언론의 집중된 관심을 이끌어냈다.
특히 삼일절 기념, 지방선거 투표 독려, 안전한 여름휴가, 크리스마스 등 다양한 영역에 걸친 공공 메신저로서 시민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거대 원시인은 대구 선사시대의 유구한 역사성을 상징하는 고고학적 가치와 함께 새로운 발상 전환으로 랜드마크는 물론 관광자원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공동체 구성원이 생각의 틀만 바꾸어도 우리 삶터는 더욱 풍성해짐이 입증되는 가운데 이제 거대 원시인은 '이만옹(二萬翁)'이란 이름으로 내일부터 홍보대사직을 시작하게 된다.
극렬한 반대를 이겨낸 늠름한 내공의 이만옹 홍보대사가 대구 4차 순환도로변에서 앞으로 대구 시민들에게 펼칠 활약상이 크게 기대된다. 한편 2만년전 그리고 지금도 대구경북 지역경쟁력 평가 3년 연속 1위에 구민 87.6%가 계속 살고 싶어 하는 달서구는 이만옹의 깊은 마음도 읽고 있다.
대구 백년대계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시청사를 고대하는 원시인의 속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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