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길을 걷겠다는 소년이 있었다. 형들은 일찌감치 대구에서 유학 중이었다. "공부를 잘 하는 데 왜?…농사를 짓더라도 배워야 한다"는 중3 담임교사의 조언을 흘려 들었다면 오늘의 그는 존재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이재식 농협중앙회 부회장 스토리다. 그는 2022년 취임 이후 농협 임직원으로서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3행(行‧청렴‧소통‧배려)과 뿌리 뽑아야 할 3무(無‧사고‧갑질‧성희롱) 운동을 펼쳐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부회장은 "올해도 변화된 사회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조직문화 조성을 위해 효과적인 캠페인을 진행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본질적인 업무에 집중하면서 공정한 조직문화가 정착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젊은이들에게는 "타고난 머리나 출신 보다 중요한 게 있다"라며 열정과 자기계발을 당부했다.
-인구소멸이 화두다. 특히 고령화로 인한 농업 분야의 타격이 심각한데 해법이 없겠나?
▶고령화에 따른 일손 부족 문제 대응 차원에서 농촌인력중개센터 310개소에서 180만 명의 인력으로 늘려 공급하고 있다. 또 법무부 사회봉사명령대상자 등 민관 협력 인력풀을 다각화하고, 외국인근로자를 수혈하는 등의 정책을 추진 중이다.
-영세농 소득증대와 농업경영비 절감을 위한 방안은?
▶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매년 6천억 원 규모의 지역농업발전사업을 벌이고, 트랙터와 드론‧지게차 같은 영농기계 지원을 해마다 전개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지역별 여건을 반영한 사업을 발굴‧추진해 모두 1조8천593억 원을 지원했다. 농업인 소득을 늘리고 경영안정이 이루어지도록 비료에서 종자‧사료에 이르기까지 영농자재 보조사업과 농작물 재해보험료를 돕는 데 나서겠다.
-청년농 육성을 위한 구상은?
▶현재 농협은 미래 농업을 선도할 정예 청년농 육성을 목표로 정부 공식인증 장기교육과정인 농협청년농부사관학교를 자체 예산으로 운영 중이다. 2018년 1기를 시작으로 지난 6년 간 10개 기수 554명의 졸업생을 배출해 고령화된 농촌에 청년농의 젊은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창농(創農) 활동에 필요한 필수 이론교육 뿐 아니라 현장에서 즉시 써먹을 수 있는 실습위주 교육으로 농협만의 차별화된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있다. 농협은 양질의 교육과 더불어 교육 이후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영농정착 지원을 디딤돌 삼아 졸업생의 영농 정착률을 높혀나가겠다.
-새해 농협의 주요 사업과 계획을 들려 달라.
▶우리 농협은 올해 농촌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 해결에 동참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농업‧농촌 구현을 위한 사업을 집중 전개해야 하는 이유다. 농촌 관계인구 확대 차원에서 농촌 워케이션을 신규 도입하고, 스마트농업 지원센터 확대와 운영 모델을 다변화하는 데 힘쓸 생각이다. 아울러 500억 원 규모의 애그테크 2호펀드 조성 등으로 농업의 미래성장 산업화를 이끌어 나가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농촌 워케이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면.
▶워케이션은 Work(일)와 Vacation(휴가)의 합성어다. 농촌에서 일을 하면서 휴가를 동시에 즐기는 근무 형태다. 청년농을 육성하더라도 아이들이 자라면 교육문제 때문에 떠나는 경우가 잦다. 정주 인력도 중요하지만 농촌에서 일과 휴식을 병행하는 관계 인력이 필요한 시대다. 팜스테이 등과 연계해 도시민들이 농사를 짓고, 힐링을 함께 하는 농촌 워케이션을 중점적으로 지원하려고 한다. 코로나 이후 새로운 일과 삶의 방식으로 워케이션 트렌드가 떠올랐다. 농축협 유휴시설 리노베이션으로 활력화를 제고하면서 팜스테이 등을 활용한다면 일자리 창출과 사회서비스 확충, 정주환경 개선에 효과가 클 것으로 본다.
이 부회장은 새해 사업과 관련, 실천 방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실질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농업인의 안정적인 영농활동 지원과 삶의 질 향상에 노력하고, 농·축협 균형발전에도 아낌없이 지원하겠다"며 "디지털 전환 등 농협 미래 먹거리 발굴 사업을 진행하면서 임직원 청렴의식을 내재화해 윤리경영 실천을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귀농귀촌 정책에 있어 농협의 방향성은 무언가?
▶정부 국정과제 '청년농 3만 명 육성'에 부응하는 농협의 역할을 다하려면 귀농교육을 폭넓게 실시해야 하고, 정부의 귀농귀촌 종합플랫폼 '그린대로' 신규 오픈에 대한 협력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농협의 자체 플랫폼을 활용한 귀농귀촌 특화서비스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가 중시되고 있다. 농협의 사회공헌 활동은?
▶농협은 사회적 약자의 상호부조를 위해 생겨난 조직이다. 그런 만큼 지역사회와의 상생노력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믿고,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취약계층을 위한 각종 테마 별 나눔 활동과 국내외 재해·재난 피해복구 지원이 대표적이다. 특히 15만 명의 임직원이 참여한 가운데 73만 시간 사회봉사활동 등을 전개해 각종 사회공헌 전문기관으로부터 그 성과를 인정받았다고 자부한다. 월별 중점 테마 활동이나 공동캠페인으로 시너지를 더 많이 창출하겠다는 각오다. 또 국민과 함께하는 농촌 봉사활동을 고리로 농업에 도움이 되고, 농업·농촌의 가치를 전파하는 역할과 책무를 다하겠다.

-3행, 3무를 벌인 배경이라도 있나. 그리고 성과는?
▶청렴‧소통‧배려는 농협 임직원이라면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3가지 행동이다. 반면 사고‧갑질‧성희롱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없애야 한다고 봤다. 실효성 있는 실천 운동으로 범 농협의 참여와 확산이 이뤄지도록 홍보물 제작과 결의대회‧내재화 운동 특별교육 같은 걸 꾸준하게 실시했다. 소속 임직원의 자기성찰 계기가 마련되고, 윤리의식이 개선되면서 농협의 대외이미지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었다고 믿는다. 올해도 변화된 사회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효과적인 캠페인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조직문화 변화를 자평한다면?
▶업무환경 디지털 전환 및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제도를 만들었다. 시대 변화에 걸 맞는 디지털 근무 여건 조성과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 존중받는 조직문화를 조성하자는 취지다. 여기에 범 농협 통합 사내벤처 제도를 도입해 5개팀을 시범 운영하는 등 신성장 동력 확보와 혁신문화 확산을 위한 장치를 만들었다. 앞으로도 변화 동력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인 디지털혁신·일과 가정의 양립 지원으로 본질적인 업무에 집중하고, 공정한 조직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다.
-농협 취업을 희망하는 젊은이들에게 팁을 달라.
▶농협의 인재상은 지속가능한 농업·농촌 발전을 위한 미래지향적 인물이다. 구체적으로 시너지 창출가‧행복의 파트너‧최고의 전문가‧정직성과 도덕성을 갖춘 인재‧진취적 도전가 5가지다. 블라인드 채용으로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으니 많이 지원해 달라.
-대구경북의 후배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발신한다면.
▶물론 타고난 머리, 또 대학이나 지역 같은 출신이 중요할 수 있다. 겪어보니 직장에서 성공 비결은 결국 열정이더라.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라고 말하고 싶다. 끊임없이 자기 계발하고, 전문성을 갖춘다면 어디에서든 환영받고 성공하지 않을까.

◆이재식 부회장 누구
1988년 입사한 이래 37년 동안 농협의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다. 지난 2022년 농협중앙회의 2인자 자리에 올라 안살림을 빈틈없이 처리해왔다. 바람 잘날 없는 초(超)거대조직을 국민 눈높이에 맞춰 환골탈태시키는 데 주력해 하나씩 하나씩 성과를 구체화하고 있다.
경북 예천 출신으로 영남고와 경북대 고고인류학과를 졸업했다. 농협중앙회 홍보실장과 대구지역본부장‧미래경영연구소장‧상호금융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미래기술특위 위원과 농어촌상생기금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덕장(德將) 스타일로 학구파이자 농협 조직을 위한 네트워크 관리에 철두철미하다. 서울대 최고지도자 인문학 과정(AFP)과 서강대글로벌EnH 윤리 준법‧상생 건강 최고위 과정,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최고위 과정을 포함 모두 6곳의 최고위 과정을 수료했다.
수상 이력이 적지 않다. 법무부‧농림부‧환경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특히 농협 선거를 건전하고 공정하게 하는 틀을 만들어 선거문화 정착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디지털경영혁신대상을 받았다.
누구보다 고향과 농업을 사랑한다. 뼛속 깊이 농촌 DNA를 소유했다. 기회가 되는 대로 대구경북을 적극 찾는다. 자격 사항 중에는 도시농업관리사와 유기농업기능사가 눈에 들어온다. 실제로 그는 예천에 농업경영체 등록이 돼 있고, 난이도가 높은 메밀을 성공적으로 수확했다. 시공간의 제한이 있는 그는 농업을 향한 그리움과 아쉬움을 과수 농사로 달랜다. 그의 농업‧농촌 사랑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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