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4·10 총선 공천에 속도를 내면서 텃밭인 영남권 공천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은 14일 서울, 광주 등 25곳에 대해, 15일 서울 및 경기 등 25곳에 대해 단수 공천 대상자를 발표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인천 계양을)을 비롯해 안철수(분당갑), 윤상현(인천 동구·미추홀을) 등 현역 의원이 단수 공천을 받았다. 서울은 권영세(용산), 배현진(송파을), 태영호(구로을) 등 현역뿐만 아니라 나경원(동작을) 전 의원 등이 공천을 받았다.
◆윤심 논란을 피한 공천
국민의힘은 서울과 경기, 전북, 광주 등 열세 지역에 대해 먼저 단수공천을 시작했다. 대부분이 민주당 강세 지역이어서 빨리 공천하는 게 선거 전략에 유리하다. 현역 의원이 없는 탓에 반발도 적다. 권영세, 안철수 의원 등 국민의힘 현역 의원 지역에는 뚜렷한 경쟁자가 없었다.
1, 2차 단수공천에서 윤심(尹心) 논란을 피한 게 눈에 띄었다.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석동현 변호사가 송파갑에서 컷오프됐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을 지냈고, 대통령이 부친상을 당했을 때 장지까지 갈 만큼 친분이 두텁다.
강남을에서 박진 전 외교부 장관과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이 맞붙었지만 승자는 없었다. 두 사람 모두 험지 출마설이 나돈다. 이 외에 서울에서 공천을 신청한 이승환(중랑을) 전 행정관 등 대통령실 참모들도 단수공천에서 제외됐다.
반면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수원병)과 전희경 전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경기 의정부갑)이 단수공천을 받았지만 두 지역 모두 험지로 분류된다.
윤심 논란을 최대한 피하면서 여론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공천을 주도했고, 시스템에 따른 공천이라는 평이다. 하지만 최대 텃밭인 영남권에서도 시스템 공천이 유지될지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영남권 공천 어떻게
대구경북(TK)와 부산울산경남(PK)는 국민의힘의 최대 텃밭이다. 현역 의원도 많은 탓에 공천 반발도 나올 수 있다. 윤심을 등에 업은 후보도 적잖아 이들의 공천 여부도 관심이다.
국민의힘은 17일까지 후보자 면접을 진행한다. ▷경북·경남(16일) ▷대구·부산·울산(17일) 순서다. 면접이 끝나면 공관위는 본격적으로 칼날을 휘두를 것이다. 교체지수를 적용해 하위 10%인 현역 의원 7명을 컷오프한다.
하위 10~30%인 현역 의원 18명에 대해 경선 득표율에서 20%를 감산한다. 사실상 불출마 권고다. 지역구 의원 90명(비례 23명) 중 25명을 공천에서 사실상 탈락시키겠다는 의미다.
영남권에는 용산 출신 후보들도 적잖다. 주진우 전 대통령법률비서관이 부산 해운대갑에, 강명구 전 국정기획비서관이 경북 구미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차관은 김천에, 전광삼 전 시민소통비서관은 대구 북구갑에 각각 도전장을 내밀었다.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제2차장은 친윤으로 알려진 박형수 의원에게 도전한다.
영남권 공천에 대해 당은 원론적인 입장만 밝힌 상태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14일 TK 인적 쇄신 규모에 대해 "목표치를 정하고 있지 않다. 시스템에 의해 자연스럽게 새로운 인물로 교체될 수 있지만 인위적으로 하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듣기에 따라서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하게 들릴 수 있다.
같은 영남권이지만 PK와 TK의 기류는 전혀 다르다. PK는 낙동강 벨트 탈환을 내걸고 중진 재배치를 하는 등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김태호(산청함양거창합천) 의원이 양산을로, 조해진(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이 김해을로, 서병수(부산진갑) 의원이 부산 북·강서갑으로 자리를 옮긴다. 문제는 이들 지역구에 누가 공천을 받느냐다. 자칫 윤심을 등에 업고 낙하산 공천을 하게 되면 그에 따른 부담도 적지 않을 것이다.
부산도 변수가 많다. 불출마를 선언한 장제원 의원 지역구인 사상, 서울로 자리를 옮긴 하태경 의원 지역구인 해운대갑, 현역 의원 불출마를 선언한 중영도, 서병수 의원이 빠진 부산진갑 등지는 전략공천과 경선 등 다양한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당으로서는 운신의 폭이 넓은 셈이다.

TK는 사정이 다르다. 폭풍전야 같은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있다.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도 없고 지역 재배치를 할 곳도 없다. 대구 12곳, 경북 13곳 등 25개 지역구 모두 국민의힘이 차지한 탓이다.
빈 공간이 없는 탓에 공관위도, 현역 의원도, 도전자도 모두 답답해하는 형국이다. 서로 눈치만 보면서 공천 향배를 지켜보고 있다. 현역 의원 한 두 명이 컷오프가 된 이후에야 변화가 불 전망이다. 컷오프와 불출마 종용 등 물갈이를 위한 여러 방법이 동원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50% 수준의 물갈이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TK 공천 시기도 조정할 전망이다. 당초 '2월 말~3월 초'에 공천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3월 중순까지 밀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제3지대가 빅텐트를 쳤고, 이준석 대표가 대구 출마설이 나도는 상황에서 공천을 빨리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현역 의원이 개혁신당으로 갈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공천이 늦어지면 지역 사정에 익숙하지 않은 낙하산 공천도 가능하다는 게 TK 정치권의 우려다. 또 경북에서 윤심을 등에 업은 후보들이 공천 막바지에 대구 지역구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불출마 등 TK 스스로 변수를 만들지 못하면 당의 방침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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