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北 형제국' 쿠바 수교…사회주의 외교 새 지평

"역사의 대세가 누구에게 있는지 보여줘"…"北에 상당 타격"
"尹대통령, 협의 진행 상황 소상히 보고받아…美측에 발표 전 통보"

한국과 쿠바가 14일 외교관계 수립을 발표하면서 미수교국 쿠바를 향해 오랫동안 공들여온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보게 됐다. 미국 뉴욕에서 양국 주유엔대표부가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했다는 소식은 예고 없이 한국 시간 이날 늦은 밤 전격적으로 발표됐다. 지난 2016년 6월 5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쿠바 컨벤션 궁에서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이 양국간 첫 공식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쿠바가 14일 외교관계 수립을 발표하면서 미수교국 쿠바를 향해 오랫동안 공들여온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보게 됐다. 미국 뉴욕에서 양국 주유엔대표부가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했다는 소식은 예고 없이 한국 시간 이날 늦은 밤 전격적으로 발표됐다. 지난 2016년 6월 5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쿠바 컨벤션 궁에서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이 양국간 첫 공식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이 '북한의 형제국'으로 불리는 쿠바와 전격적인 수교를 체결, 대(對)사회주의권 외교의 지평을 새로 넓혔다는 평가다.

특히 쿠바가 북한의 극한 반발을 무릅쓰고 한국의 손을 잡았다는 사실로 볼 때, 김정은 체제의 실패와 국제적 고립 가속화를 뜻한다는 점에 더 큰 의의를 갖는다.

대통령실은 15일 "이번 수교는 과거 동구권 국가를 포함해 북한의 우호 국가였던 대사회주의권 외교의 완결판"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과 쿠바는 전날 미국 뉴욕에서 양국 유엔 대표부가 외교 공한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수교 협의는 발표 직전인 지난 설 연휴 기간에 급진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 연휴 직전, 쿠바 측이 적극적인 협의 의사를 표하면서 연휴 내내 미국 뉴욕 주유엔대표부 창구를 통해 양국 정부 간 막판 소통이 이뤄졌다. 양국 유엔대표부는 협상에 철통 보안을 유지했으며, 최종 합의에 이른 뒤 외교관계 수립을 위한 국내 절차를 밟았다.

대외적으로 발표하기 전까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북한의 반발과 방해 공작 가능성 등을 감안한 조치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수교는 결국 역사의 흐름 속에서 대세가 어떤 것인지, 또 그 대세가 누구에게 있는지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번 수교를 통해 북한의 외교적 고립이 갈수록 심화하는 반면 우리나라 외교 지평은 갈수록 넓어지고 있음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중남미의 모든 국가와 수교하게 됐다. 이를 통해 대(對) 중남미 외교, 나아가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외교 지평이 더 확대됐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이 고위 관계자는 "쿠바는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다"며 "그럼에도 190여개 국과 수교를 하고 있고 100개국이 넘는 나라가 하바나에 대사관을 운영할 정도로 중남미 거점국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쿠바 수교는 한국 외교의 숙원이자 과제였다"며 "이번 수교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래 국가안보실과 외교부를 비롯한 유관 부처들의 긴밀한 협업과 다각적인 노력의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고위 관계자는 쿠바가 그간 북한의 '형제국'으로 불린 점도 거론하며 "이번 수교로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정치적·심리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1986년 3월 당시 피델 카스트로 쿠바 지도자의 방북을 계기로 양국이 맺은 친선·협조에 관한 조약에는 '두 나라는 형제적 연대성의 관계'라는 표현이 포함돼 있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그는 "쿠바는 북한과 아주 오랫동안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우방국"이라며 "그동안 수교 문제에 대해 쿠바가 한류라든지, 여러 가지 여건상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호감을 갖고 있었음에도 수교에 선뜻 응하지 못했던 것은 북한과 관계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앞으로 쿠바와 정치·경제적 관계뿐 아니라 문화 교류도 적극적으로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기준으로 쿠바를 찾는 우리 국민은 연간 1만4천여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한국과 쿠바의 수교 체결에 대해 "'반미·사회주의 연대'의 중심축을 무너뜨리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정희용 원내대변인은 "이번 수교로 최근 중국·러시아 등 전통의 우방 국가들과 '반미·사회주의 연대'를 강화하는 북한의 외교 전략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국제 무대에서 북한이 느끼는 외교적 고립감과 초조함은 앞으로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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