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심야에 국회에서 비공개 지도부 회의를 열고 현역 의원 '컷오프'(공천 배제) 문제를 논의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뇌물이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노웅래 의원(4선), 기동민 의원(재선), 비례대표 이수진 의원을 포함해 각종 비위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거나 재판 중인 의원들의 거취 문제가 주로 거론된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컷오프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날 회의에 앞서 이 대표 측이 노 의원과 기 의원 등에 대한 검찰 기소장을 회의 자료로 준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의에 오른 의원들에 대한 '이심'(李心)이 컷오프로 기울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노 의원의 경우 검찰의 부당한 기소로 보기 어렵다는 데 대체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한다. 검찰의 정치 탄압에 따른 무리한 기소인지가 컷오프 여부의 가장 큰 기준인데 그렇게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 기준이라면 기, 이 의원도 마찬가지다. 기 의원은 라임자산운용 전주(錢主) 김봉현에게서 정치자금 1억원과 200만원 상당의 양복을, 이 의원 역시 김봉현 등으로부터 정치자금 5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치 탄압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따라서 컷오프해도 문제가 없다.
정작 문제는 이들을 컷오프하면 이 대표와의 형평성 논란이 거세게 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특혜 비리, 쌍방울그룹 불법 대북 송금 등 7개 사건 10개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 사건으로 구속된 종범은 무려 20명에 달한다. 그런데도 이 대표가 노, 기, 이 의원을 컷오프한다면 말 그대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일 수밖에 없다.
노 의원이 14일 출마를 선언한 것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똑같이 범죄 혐의로 재판 중인 이 대표가 출마하는데 자신도 출마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는 '항변'으로 들린다. 기, 이 의원도 같은 심경일 것이다. 범죄 혐의자가 다른 범죄 혐의자를 찍어내려는 희한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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