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종섭의 광고이야기] 광고인의 습관

크리에이티브해 보이는 광고인, 그들은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을까?
크리에이티브해 보이는 광고인, 그들은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그 사람보다 그 사람의 습관을 좋아하는 건 아닐까? 그의 습관 없이 그가 완성되었을 리 만무하니까. 우리가 열광하는 인플루언서는 그의 지독한 습관으로 완성되었을 것이다. 글을 쓰는 습관 없이 소설가가 된 사람은 없다. 콘텐츠를 만드는 습관 없이 유튜버가 되었을 리 없다. 광고인 역시 마찬가지다. 막연히 크리에이티브한 직업 같긴 한데 진짜 그들의 습관도 창의적인가 궁금할 것이다. 그리고 그 습관을 자신에게 적용하면 자신도 크리에이티브해질까? 역시 궁금하다.

첫째, 광고인은 지독한 수집가다. 우리는 뉴스에서 종종 심각한 저장 강박증을 가진 사람을 만나게 된다. 집에 들어가면 물건을 버리지 못해 쌓아 두어 움직일 수 없을 만큼 내부가 가득 차 있다. '세상에 이런 일이'와 같은 프로에 자주 발견되는 그들을 볼 때마다 나는 나의 직업을 떠올린다. '저들은 물리적인 것에 집착하지만 우리는 보이지 않는 생각에 집착하는구나'하고 말이다.

머릿속에 한 번 들어온 생각을 좀처럼 버리지 않는다. 언제 어떤 아이디어로 가공해 세상에 내놓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IT의 발전으로 저장하는 것 역시 너무 편해졌다. 에버노트, 네이버 메모, 업노트 등 기록하기 좋은 어플이 너무 많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만을 저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럴 때는 워런버핏이나 스티브잡스, 일론머스크를 만나러 간다. 바로 독서를 통해서 말이다. 독서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가성비 좋은 투자다. 수억 원을 줘도 만나기 힘든 사람과 2만 원도 안 되는 비용으로 대화할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좋은 문장을 만나고 광고인은 또 그것을 수집한다. 거기에 자신의 생각 한 스푼을 담아 아이디어를 확장시켜가기도 한다. 멋진 아웃풋을 내기 위해 멋진 인풋을 머릿속에 넣는 것이다.

둘째, 다른 선택을 한다. 우리의 하루는 수많은 선택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인과의 약속 장소에 어느 길을 갈 것인가? 네이버 지도를 검색하면 그 카페에 가는 여러 방법은 알려준다.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킬까? 카페라테를 시킬까? 짬뽕을 먹을까? 짜장면을 먹을까? 흰색 셔츠를 입을까? 검은색 셔츠를 입을까? 등 우리는 하루에도 엄청난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광고인은 여기서 티가 난다. 지금까지 해왔던 선택과 다른 것을 하려는 노력을 한다. 그러니 단골집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처음 가보는 집에 집착한다. 오래된 지인을 만나는 것만큼이나 새로운 사람을 소개받는 것을 좋아한다. 경험의 영역이 넓어지면 생각이 영역 또한 넓어지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사람과 대화를 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편이다. 그렇다면 답은 정해져 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수록 내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날 확률은 높아지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광고인은 다른 선택을 하는 습관이 있다.

셋째, 사람에 대해 관찰하는 습관이다. 광고일을 하면서 더욱 깊숙이 깨닫는 사실은 모든 광고는 사람을 향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사람을 위해 광고하고 기획을 한다. 나는 단 한 번도 로봇을 위해 광고를 한 적이 없다. 그러니 광고는 인문학적인 요소가 강할 수밖에 없다. 지하철을 타면 사람들의 옷차림을 관찰한다. 그러면서 요즘은 어떤 컬러가 유행인지, 어떤 스타일이 유행인지 알게 된다. 특히 만원 지하철을 타면 상대방이 어떤 어플에서 시간을 보내는지 잠시 스쳐도 알 수밖에 없다. 유튜브인지, 인스타인지, 네이버 카페인지 흘겨보아도 보인다.

사람에 대한 관찰은 고스란히 트렌드를 파악하는 습관으로 이어진다. 트렌드에 사람의 본능, 욕망, 꿈이 흘러가는 방향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트렌드의 가장 깊숙한 곳에는 돈이 있다. 사람이 몰린 곳에 돈도 몰리니 결국 그곳에 광고를 해야 한다. 즉, 광고는 지극히 인문학적이면서 상업주의 욕망의 끝이라고 표현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넷째, 낯선 것에 대한 익숙함이다. 광고인은 의도적으로 낯선 것을 찾는다. 낯선 단어, 낯선 표현, 낯선 사람, 낯선 장소 등 낯선 것에 익숙하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낯설지 않은 것은 죽은 것이다. 브랜드보이의 믹스라는 책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 책은 브랜드의 서로 다른 특성이 믹스되어 새롭게 보이는 사례를 소개한다. 아마 브랜드보이가 믹스를 강조한 이유도 낯섦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를 알기 때문일 것이다. 필라의 다소 올드한 이미지가 메로나와 믹스되며 낯설게 보였다. 베네통에서 기획한 서로 앙숙인 국가의 원수가 서로 키스하는 장면도 이런 낯섦을 선물한다.

마지막은 '한 단어'이다. 결국 모든 브랜드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볼보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차를 만든다는 메시지, 토스는 금융을 쉽고 간편하게 하겠다는 메시지, 에어비엔비는 어디에서나 우리 집처럼 지낼 수 있게 하겠다는 메시지가 있다. 그러나 결국 사람들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은 한 단어이다. 코카콜라는 '청량함' 일 것이고 나이키는 '도전' 일 것이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BTS의 한 단어, 임영웅의 한 단어, 손흥민의 한 단어를 찾는 것이다. 결국 브랜드는 한 단어로 남는다. 우리가 어떤 식당에 가든 어떤 도시에 가든 어떤 사람을 만나든 광고인은 그것의 한 단어를 찾는다.

광고인의 마지막 습관을 쓰다 보니 조금 서글퍼지기도 한다. 얼마나 우리가 빠르게 잊히는 사회에 살고 있는지, 얼마나 사람들이 광고에 관대하지 않은 사회에 살고 있는지 알 것 같기 때문이다. 그들이 광고에 관심을 거두는 2~3초 안에 승부를 봐야 하니 한 단어에 집착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그런 3초 안의 승부가 나는 진검승부의 주인공이 되니 광고가 더 매력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떻게 광고해야 팔리나요의 저자'(주)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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